고광자 시인이 제13집 ‘작은 것에 만족을’ 시집을 세상에 펴냈다.
시인은 ‘머리말’에 “돌아보면 시간은 다 추억이고 나를 감싸준 모든 사람들과 온갖 자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시는 곧 생활이고 일기이다.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시구로 다듬어야 한다.”며 “책을 내면서 화자의 카타르시스로 다시금 빈 그릇에 샘물을 받을 수가 있어 기쁘다.”며 발간의 기쁨을 알렸다.
이번 제13집에는 제1부 ‘산과 황혼’ 외 16편, 제2부 ‘비목이여 그대 양구여’ 외 16편, 제3부 ‘작은 것에 만족을’ 외 17편, 제4부 ‘떠날 때를 두려워 않는다. 외 17편 등 60편이 시가 선보여 독자를 찾아 나섰다.
고광자 시인은 1948년 제주시 애월읍 중엄리 출생으로 1995년 ‘순수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비양도와 소년', 동시 ‘달빛과 은행나무’ 등 13권을 펴냈다. 영랑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공무원문학상 수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문인협회마포지부회장, 대한민국공무원문인협회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이사, 한국아동문학회서울시지회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심의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문인협회 시 분과와 제주한림문학회장을 하면서 창작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산과 황혼
<시 / 고광자>
굴착기가 들어온다
대문 앞까지 들어오기 전
40년 쌓은 물건들을 버려야 한다
방 하나에 만족할
작은 소품들을 챙기며
자연의 밝은 미소로 화답하는
산 속의 오두막을 그린다
작은 거울 앞에 나를 비춰본다
뒤에 살며시 다가 온 할미 산
그저 허허허 웃어준다
'그렇게 조금씩 다 버리고
준비하며 가는 거라고.'
어느새 능선을 넘어
쇠하여 가는 천륜의 아비 곁에서
山은 묵묵히 그렇게 바라보았다
오르내리는 세기의 지구 안
산 아래 사람들은
침묵으로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