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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바이러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치유에 동참해야”
“나쁜 바이러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치유에 동참해야”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7.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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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리의 성찰’ 권고문 … 정부·병원에 쓴소리
 

메르스 사태가 한 달 반 동안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미숙한 대응방침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권고문을 통해 정부에 일침하며 철저한 대응 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우일 주교는 지난 10일 ‘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리의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권고문을 발표하고 현재까지 35명 사망, 26명 치료, 1만 6102명의 격리 해제되는 일을 설명하며 방역당국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했다.

강우일 주교는 “국민 생명의 안전과 보호를 책임진 정부 조직은 세월호 사태 때와 흡사한 모습을 보였다”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 행동력도 갖추지 못한 부끄러움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강우일 주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에는 관계부처들의 긴밀한 협력체계도 부족했고 소극적인 환자 관리와 비공개 원칙 고수로 수많은 이들을 감염시킬 때까지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해 35명의 귀중한 목숨이 희생됐다”고 비난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도 병원도 귀중한 체험을 했을거라 믿는다”며 “많은 이들의 희생과 고통을 동반한 이 재앙의 체험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 체계와 전문인들의 양성과 훈련이 완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들에게 심리적 공포심을 유발했던 점도 경고했다.

강우일 주교는 “미확인 정보나 소문은 국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두려움과 의심, 비방과 소외를 초래했다”면서 “누구도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은 없고,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사람도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환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희생자”라고 위로했다.

강우일 주교는 “우리 사회는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만 아니라 환자 주변의 가족들, 병원에서 사투하는 의료인들마저 재앙의 원천으로 지목하며 소외시키고, 차별하고, 비방하기를 서슴지 않는 나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며 “심리적인 바이러스는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더 우리에게 심한 고통을 오래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우일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는 병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실 정도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셨고, 또 질병보다도 더 사람들을 억압하는 ‘죄’라는 바이러스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셨다”고 설명했다.

강우일 주교는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돼 있는 사람을 보고서도 유다인 사제와 레위인은 길 건너편으로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버렸지만, 그를 보고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봐 준 사마리아 사람’이야말로 참된 이웃임을 예수님은 가르치셨다”고 조언했다.

강 주교는 “세상을 나쁜 바이러스에서 지키려면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예수 그리스도의 연민과 공통의 시선으로 그 분의 치유의 행적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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