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김병연
나목(裸木)
김병연
가을비 한바탕 내리더니
옷을 훌훌 벗어던진 그대
형형색색 옷을
모두 내던지고
겨울을 당당하게 맞는다
외모가 기준이 되는 시대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당당히 서있는 그대
그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
삶의 떳떳함 때문이리라
그대에겐
벌거벗었지만
한겨울 추위와 맞설 수 있는
굳셈이 있다
벌거벗었지만
봄을 의연히 기다리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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