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기고] 고사리와 함께 사라지다
[기고] 고사리와 함께 사라지다
  • 김현진
  • 승인 2015.04.03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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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김현진

샛노란 유채꽃 내음이 거리에 만연하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이, 연분홍빛 소나기를 흩날리는 4월의 제주. 유채와 벚꽃 이외에도 제주의 봄을 알리는 또 다른 전령사가 있는데, 바로 제주 고사리다.

기온이 올라가 날이 따뜻해지면 해발 200~400미터의 중산간 지역, 오름과 곶자왈 등지에서는 유명한 제주의 고사리가 우뚝하게 올라온다. 유채와 벚꽃의 꽃망울이 봄의 시작을 알린다면, 통통한 제주 고사리의 모습은 제주가 봄이라는 호수 한 가운데에 있음을 알린다고 할까.

 이 시기 제주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 즈음 반복되는, 썩 반갑지 않은 사고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잘 모른다. 바로 고사리 채취 실종사고들이다.

사람들은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에 홀리듯, 고사리에 홀려 길을 나선다. 그리곤 제주 곳곳에서 피어나는 그 고사리와 함께 ‘사라지곤’ 한다. 과연 고사리 철 길잃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경써야할 것은 무얼까.
 
 첫째, 반드시 누군가와 동행하라. 특히 산행 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실족, 추락 등의 사고에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누군가와 동행하여 위급상황에 대처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사람 흔적이 아예 없는 곶자왈 등은 피하고, 되도록 정해진 산행코스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길잃음 사고는 비등산로에 지천으로 널린 고사리를 좇아 욕심을 부리다 발생한다.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호루라기나 휴대폰을 반드시 지참하며, 특히 휴대폰 GPS기능을 반드시 켜놓는다. 만약 길 잃음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금방 자신의 위치를 구조대에 알릴 수만 있다면 더 큰 사고는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몸 상태나 날씨 여건을 고려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가급적 채취를 삼가는 것이다. 많은 산악, 실종사고가 자신에 대한 과신에서 나온다.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지 아닌지는 본인의 판단에서 나옴을 잊지 말자.

 이맘때가 되면 도민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제주 고사리 채취를 위해 먼 길을 찾아온다. 가히 제주 고사리의 맛과 영양, 그에 따른 유명세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급한 것처럼 그 유명세만큼이나 위험도 분명히 있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4월 제주의 봄, 부디 고사리와 함께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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