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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멸실된 민족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기억이 멸실된 민족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4.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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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씨, 제1회 제주4.3평화상시상식서
"완전한 4.3의 해방의 길은 아직 멀었다"

제1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석범(90)씨. 그는 90평생을 조국에서 3, 4년밖에 살아보지 못한 한국 국적도, 북한 국적도 아닌 무국적자지만 국제사회에 4.3을 알리고 4.3운동의 선도적 역할을 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조선인'이란 신분으로 일본에서 안온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의 자손으로 살아가겠다는 흔들리지 않은 신념만큼은 한 시대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하고 있다.

그는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1976년부터 20여년간 대하소설 ‘화산도’를 집필해 국제사회에서 4.3의 논의를 부각시켰다. 이 소설은 일본사회에 4.3의 참상을 알리는데 충분했다.

제1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김석범씨.

4.3이 침묵과 금기의 시대였던 1957년 최초로 4.3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하고, 이후 일본과 한국에서 개최된 강연과 세미나, 인터뷰 등을 통해 4.3의 참상을 알리며 일본사회에 새로운 문학사조를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평화운동에도 일조했다.

1988년 40년만에 제주를 처음 방문했던 그는 비행장 활주로 밑의 억울한 4.3희생자 유해를 밟으며 제주 땅에 선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이후부터 제주국제공항 유해 발굴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등 4.3 진실을 규명할 것을 제기해 왔다.

100세를 앞두고 4.3의 해방을 여전히 기다리는 그는 아직도 완전한 4.3 해방의 길은 멀었다며 수상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1일 오후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1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장에 김석범씨는 오랜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더딘 걸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우선 김석범씨는 고향 땅에 돌아와서 상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영예롭고 자신에게 기쁘지만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고 겸손의 말을 했다.

김씨는 "이 상은 단순히 제주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 아니"라며 "완전한 4.3의 해방의 길은 아직도 멀었지만 반세기라는 오랜 고난의 역사가 있었기에 4.3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증유의 대학살로 마무리 지어진 '4.3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맹점인 동시에 바로 현대사의 핵심적 부분이며 분단조국의 모순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면서 "4.3사건의 해방없이는 한국에서의 친일파 문제와 더불어 한국사회 전체에 참다운 해방을 가져 올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4.3학살은 파시즘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군정시대에 미군지휘 아래에서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초의 대참극"이라며 "우리는 역사를 재검토할 시기에 도달했다. 해방공간의 역사 바로세우기와 4.3진상규명을 병행하면서 한국 근현대사에 그 자리매김을 해야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4.3가해자에 대한 재판은 보복, 원한을 갚는 것이 아니다. 정의의 구현, 희생자의 마음의 치료 구제다"라며 "생존하는 희생자들에 대한 후유증 치료 등을 포함한 모든 보상은 물론 정신적인 치유는 가해자가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일이며 그 하나의 표현이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김씨는 4.3해방을 위해 싸운 결과가 많이 진전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고 희망의 목소리를 냈다.

김씨는 "예전에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들이 젊은 친구들은 눈앞에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4.3 완전한 해방을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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