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학교는 늦게 오라는데 시내버스 시간은 그대로네요”
“학교는 늦게 오라는데 시내버스 시간은 그대로네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3.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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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첫 날…중학교와 고교 입장 달라
중학생들은 반기고, 고교생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아’ 평가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첫 날. 학교로 들어오고 있는 신성여고 학생들.

시작이다. 3월 2일 개학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이날 신입생을 맞이하는 입학식을 가졌다. 특히 이날은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의 시작을 알린 날이다. 여러모로 ‘시작’이 겹치는 날이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은 이석문 교육감이 내건 대표적인 공약 가운데 하나이다. 청소년들의 각종 건강문제 해결을 위해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28.5%에 달한다. 제주지역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29.7%가 아침을 거르고 학교에 나선다.

학생들마다 아침을 거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생들은 아침식사 결식의 가장 큰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를 꼽았다. 10명 가운데 4명에 해당하는 36.7%가 ‘시간이 없어서 아침을 거른다’고 응답을 할 정도이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첫날인 2일. 제주도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석문 교육감은 이날 신성여고 현장을 방문, 반응을 지켜보기도 했다.

신성여고는 종전 8시에서 8시 30분으로 등교시간을 조정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은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좋다는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분위기를 전하는 학생도 있었다.

신성여고 3학년 이수연 학생은 평소 아침을 먹지 않지만 이날은 간단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등교시간 조정을 반기지는 않았다. 이수연 학생은 “고3이다.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 등교시간이 늦어지면 하교시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문영 학생도 신성여고 3학년이다. 강문영 학생은 평소랑 비슷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내버스 조정 얘기를 꺼냈다. 강문영 학생은 “등교시간이 늦춰졌지만 달라진 건 없다. 시내버스 시간은 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외곽지 학교인 경우 등교시간에 맞춘 시내버스 조정이 되지 않는 한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제주도교육청은 이와 관련, 학교별 등교 현황을 파악한 뒤 이를 제주도에 제출, 시내버스 조정에 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빨라야 5월은 돼야 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은 차질이 예상된다.

신성여고 현장을 찾은 이석문 교육감은 “제주도는 비만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는 식습관과 운동량 부족 때문이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패스트푸드를 찾게 된다. 학생들이 건강한 몸을 가지도록 하는 게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의 취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학생은 어떨까. 현장에서 만난 중학생들은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을 무척 반겼다. 종전보다 등교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학교 가는 길에 여유가 생겼다.

신성여중 2학년 이예은 학생은 “일찍 나오지 않아서 좋다. 아침잠도 더 잘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통학버스 차량은 대부분 관광영업을 하는 차량이어서 아침시간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학교는 등교시간을 당기지만 업계는 영업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황재홍 신성여고 교감은 “통학버스를 8시 이후로 하려 했으나 업계는 영업상 이유로 힘들다고 했다. 그나마 종전보다 10분 늦게 도착하도록 조정했다. 버스회사 입장은 아침에 5분의 여유도 없다고 한다”며 통학버스 시간 조정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시작을 알린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아침을 먹고 등교를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착이 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보인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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