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게다. 당연하다. 2년전이니까. 시간의 흐름은 기억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무슨 날인지 얘기하겠다. 2013년 3월 6일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파괴된 날이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세계적 건축 거장인 멕시코 출신 고(故)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건물이 가치가 있는 건 그가 직접 현장을 지휘했다는 점에 있다. 레고레타는 물과 빛, 색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색상은 원색이기에, 그 색을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 파괴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레고레타가 강조하는 색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금은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수차례 그곳을 들렀던 기자로서는 아직도 그가 남긴 강렬한 색을 기억하고 있다.
서두가 길었지만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끄집어낸 건 해야 할 말이 있어서다. 바로 그 건축물을 파괴한 장본인이 ㈜부영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건축물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2012년 한 해를 관통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만도 80차례 썼다. 그럼에도 부영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당시 부영은 도정을 등에 업고, 건축물 파괴를 밀어붙였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보존에 기자만 거기에 관심을 둔 건 아니었다. 제주도내 문화계,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보존’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내에서만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를 꺼낸 건 더더욱 아니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인들도 보존에 한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위관리도 보존에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그 건축물은 지금 만날 수 없다. 부영은 그런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했다. 문화는 한 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다. 만일 그 건물이 지금 서귀포 땅에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명물이 됐을 건 자명하다. 부영은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그런 부영이 이제 와서 시내면세점을 열겠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내면세점을 할테니 기자들을 향해 ‘잘 봐달라’고 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잘 봐줄 수 없다. 도민의 목소리는 죄다 무시한 부영이 이제 와서 제주도 땅에 거대한 시내면세점을 만들겠다면 누가 찬성을 하겠는가.
부영이 시내면세점에 목을 매는 이유는 있다. 도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 현재 도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원이 넘는다. 1조원은 한 해 감귤 매출액을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1조 가운데 롯데와 신라 등 2곳의 시내면세점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6000억원이 넘는다. 답이 딱 나오지 않는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문화파괴자인 부영은 자기반성이 없다. 자기반성도 없이 제주도라는 신성한 땅에서 마음대로 자기들 할 것을 하려 한다. 정말 시내면세점을 하고 싶다면 제주도민을 향해, 제주도 땅을 향해 철저한 자기반성을 먼저 하라.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