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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스트레스로 인한 태아 장애도 산재 인정”
“임신 중 스트레스로 인한 태아 장애도 산재 인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12.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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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료원 근무 간호사들,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 승소

선천성 장애를 가진 아이를 출산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제주의료원 간호사 변모씨(36) 등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9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2009년부터 22년간 제주의료원에 근무했던 간호사들이 유산의 아픔을 겪었던 데서부터 비롯됐다.

지난 2009년 당시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던 간호사들 가운데 15명이 임신을 했는데 이 중 5명이 유산을 했고, 이듬해 다시 12명이 임신을 했지만 4명이 또 유산을 했다.

다행히 나머지 8명은 출산을 했지만 변씨 등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결국 줄줄이 유산의 아픔을 겪고 있던 간호사들이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었다.

간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난 2012년에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업무상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간호사 8명이 그 해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법상 태아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면서 신청을 반려했다.

지난해 9월 12일 원고들은 다시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재차 거부 결정이 내려지자 변씨 등 4명이 올해 2월 서울중앙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것이었다.

재판에서 근로복지공단은 “현행 산재보험법상으로는 업무 때문에 선천성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산재법상 태아에 대한 재해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상덕 판사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개념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 손상을 배제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와 태아를 업무에 내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며 “산재보험 영역에서 국가의 ‘모성 및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또 “원고들의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은 임신 초기 태아의 건강 손상에 기인한 것이고, 그러한 태아의 건강 손상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임신 중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 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치료를 위한 요양 급여를 제한없이 지급해야 하며, 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 판결은 산업재해의 범위를 여성의 뱃속에 있는 태아까지 확대해서 본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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