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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평화 쌓아 올리려면 신화화된 국가 존재 위에 올라서야”
“지상의 평화 쌓아 올리려면 신화화된 국가 존재 위에 올라서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09.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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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2014 강정 평화컨퍼런스에서 ‘복음과 국가’ 기조강연
강우일 주교가 2014 강정 평화 컨퍼런스에서 ‘복음과 국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지상의 평화를 쌓아 올리려면 우리 모두가 국가라는 신화화된 존재 그 위에 올라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행사는 이들도 신격화된 국가에서 해방될 때 비로소 국가를 초월하는 더 높은 궁극적 가치를 향하는 전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강정 해군기지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붕괴된 강정마을의 고통과 늘 함께 해온 강우일 주교가 국가 권력을 장악한 이들을 향해 전하는 메시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26일 서귀포성당에서 열린 2014 강정 평화 컨퍼런스 및 평화대회 기조강연을 통해 “국가를 국민이 항상 무조건 추종하거나 순종해야 할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복음과 국가’ 기조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가공할 불의와 죄악이 자행돼 왔음을 상기시켰다.

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국민 대다수의 동의나 공감을 얻지 않고 소수 권력자들의 편향된 이념이나 권력을 위해 정당치 못한 폭력적인 방법으로 힘없는 대중을 억압하고 멋대로 다뤄왔다는 것이다.

강 주교는 수천만명의 인명을 살상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이 독일 나치 정권이었으며,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 36년간 수탈하고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해 전쟁을 일으키고 난징에서 30만명 대학살극을 일으킨 것이 일본 제국주의 정권이었음을 예로 들었다.

또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이승만 정권이 1948년 10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4.3에 대한 본격적인 진압을 명령했고 무장세력을 일소한다는 명목으로 제주 중산간 마을을 초토화하고 민간인들을 집단학살하기 시작한 일, 그리고 6.25 전쟁이 터지자 예비검속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한 재판과정 없이 무더기로 처형해 결국 3만명의 제주도민이 학살당한 아픈 상처를 되짚었다.

특히 그는 “학살 현장의 기록사진은 옛날 나치의 유대인 학살 광경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면서 “과거사위원회에서 이 보도연맹에 관한 진실을 밝혀나가다가 2009년말 정권이 교체되면서 종결되고 말았다. 국가가 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국가가 현실 속에서 존재하고 기능하는 양상을 보면 제한된 극소수가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국민 모두의 공동선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소수 지도층의 명분과 이익을 위해 비합법적인 폭행과 범죄의 주체로 일해 온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면서 국가를 무조건 추종하거나 순종해야 할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인식하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강 주교는 “권력자들은 고대에서부터 자신들이 제정한 여러 법률체계와 상징물을 통해 국가를 신격화시켜 왔다”면서 “물론 현대에 와서 그런 방법이 먹혀들지는 않지만, 권력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여전히 국가에 무엇인가 초월적인 권위의 근거가 있을 것이라는 분명치 않은 막연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인간들의 공동체인 국가를 근거 없는 신화에서 해방시킬 사명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명을 강조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그는 지상의 평화를 쌓아 올리기 위해 국가라는 신화화된 존재 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국가 권력에 대해서도 “국가를 현실 속 가치체계의 최고 순위에 놓지 말고 국적, 국경을 넘어서 인간들 모두의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전망을 열어갈 수 있을 때 세상에 참된 평화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라와 나라의 마찰과 분쟁은 세상 끝날까지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너에게서 평화가 시작되리라’를 주제로 한 2014 강정 평화 컨퍼런스가 26일 오후 서귀포성당에서 열렸다.
미국의 평화 활동가 미셸 나오베가 미국 내에서의 반전, 반핵 운동 진행상황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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