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 일대 탐라문화광장 보행환경 조성사업 ‘자연 파괴’ 일쑤
제주시 산지천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하는 이가 있다. 그는 매일 산지천 주변을 걸으며 제주의 멋에 흠뻑 젖는 이다. 제주 토박이는 아니다. 마냥 제주가 좋아서 산지천 일대에 터를 잡은 김태중씨(54)다.
김태중씨는 제주에서 흔히 불리는 ‘육지사람’이다. 그는 제주정착 8년차인 아직은 ‘덜 제주화된 제주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전히 제주의 풍광을 첫 손에 꼽는다. 하지만 8년차 제주는 예전 제주가 아닌 자연을 점차 잃어버리는 제주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제주는 뭐니뭐니해도 자연이죠. 그런데 공사를 하면서 이상한 일들을 해요.”
그가 말하는 공사는 뭘까. 기자가 그를 만난 건 제8호 태풍 ‘너구리’가 지나간 뒤였다. 그를 만난 곳은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이 진행되는 곳이었다. 많은 비에 쓸려갈 것은 다 쓸려간 뒤였으나 그는 동문로터리에서 제주상으로 이어지는 ‘산지로’ 일대의 가수로 밑을 가리켰다.
탐라문화광장의 ‘산지로’는 세계음식테마거리로 조성을 계획중이다. 그 바로 앞은 보행자들이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한창 공사중이다. 공사구간은 족히 500m에 달한다.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가로수를 심어둔 곳(가로수 식재지반 배수)은 시멘트 덩어리가 나뒹굴고 있었다. 태풍 ‘너구리’로 인한 비날씨로 시멘트가 이미 바닥으로 흡수된 곳도 있으며, 물과 섞여 딱딱하게 굳은 곳도 나타났다.
김태중씨는 “나무 밑에 시멘트를 부어넣고 있다. 제주시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직접 못다니는 곳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니 고맙다’고 하더라. 그래서 공무원도 많이 바뀌었구나 생각했는데 공사현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대로이다”고 말했다.
이곳 탐라문화광장 조성이 한창인 산지로의 가로수 밑은 그야말로 시멘트 덩어리가 차지하고 있다. 김태중씨가 제주시에 민원을 넣었다고 하지만 변한 게 없는 현장이다.
그는 “태풍이 지나고 나니 비날씨에 시멘트가 많이 사라졌다. 더 문제가 아니냐. 시멘트가 지하로 흡수되면 환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다른 문제점도 제시했다. 큰 키의 나무가 보행로 바닥 공사를 하면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김씨는 “굉장히 큰 나무였다. 그 나무들은 2달 전 뽑혔다. 공사가 끝난 뒤 그 나무들을 다시 심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젓가락같은 나무들만 심어져 있다. 다른 곳에 팔아먹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로환경이 조성된 이 곳 가로수는 김씨의 말처럼 몸체가 빈약했다.
김태중씨는 “공사만 하면 왜 가로수를 뽑아버리는지 모르겠다. 외국에 가보면 도심지는 완전 숲이다. 도로가 좁다고 불평을 해도 나무는 그대로 놔둔다”며 그는 산지천 너머도 가리켰다. 그 곳도 커다란 나무가 있었으나 산짓물공원 공사를 하면서 모두 뽑힌 상태이다.
김씨는 “하루에 1~2번은 걸어서 탑동까지 오간다. 가로수 밑을 걷고, 나무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좋았다. 초록은 자연의 일부이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도심 곳곳에 작은공원을 만드는데 제주도는 있는 자연도 없애려 한다. 왜 그런가”라며 되물었다.
탐라문화광장은 공공비용 515억원과 민자 352억원 등 사업비만도 867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하지만 김씨의 지적대로라면 자연은 사라지고, ‘인공만 남는 탐라문화광장’이라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닐까.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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