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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지사, 10년 전에도 “4.3 희생자 선정 문제 있다” 발언
우근민 지사, 10년 전에도 “4.3 희생자 선정 문제 있다” 발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6.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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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4․3 진상보고서 최종 의결 직전 보수우익단체 기관지 인터뷰

올해 제65주기 4.3 위령제 행사에서 우근민 지사가 주제사를 하고 있는 모습.

우근민 지사의 “폭도 놈의 새끼” 발언 파문이 우 지사 퇴진론까지 불거지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 지사가 10년 전에도 이번 발언과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우익단체인 자유시민연대의 기관지격인 <자유시민저널> 2003년 4월 7일자 2면에 실렸던 특집기사 얘기다.

‘제주도지사, “4․3 희생자 선정 문제있다” 인정, 건국희생자제주도유족회 대표단 도지사 방문 자리서’라는 제하의 이 기사는 면담 장면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 내용에 크게 반발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우 지사에게 공개질의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당시 <자유시민저널>에 실렸던 기사 내용 전문을 소개한다.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4·3 희생자 선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 주목된다. 우 지사는 3월 28일 오후 3시쯤 건국희생자제주도유족회(이하 유족회, 회장 오형인) 대표 10여 명이 도청 기자실으 방문, 희생자 선정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 유족회 대표단은 이날 우지사를 제주도청으로 방문,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및 희생자 선정과 관련, 유족회의 의견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서 유족회측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이 만든 진상조사보고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족회측은 그 이유로 집필진의 인적 구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집필진이 4·3사건에 대해 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것. 이 때문에 4·3사건이 남로당이 주도한 공산폭동이 분명한데도 군경에 의한 피해는 무조건 학살로 다룬 반면 공산무장폭도들에 의한 피해는 소극적으로 다루었다고 지적했다.

유족회측은 우지사에게 진상조사보고서는 역사적 인식과 시대적 책임감을 갖고 작성해야 한다며 이미 작성된 진상조사보고서를 유보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성이 보장된 경험세대와 학계 원로 및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민공청회를 열어 검증과정을 거쳐 사실에 의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노무현대통령의 4·3사건 사과는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에 대해 우지사는 “(지금까지) 소수의 목소리는 큰데 다수의 목소리가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건국희생자제주도유족회가 출범, 목소리를 내는 게)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우 지사는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었으므로 사과하라는 데는 반대한다며, 다만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이나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로당에 동조한 사람들은 희생자가 되어야 하지만 남로당 핵심이 희생자가 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우 지사는 또 유족회가 전한 의견서 내용이 매우 좋다며 4·3위원회 참석 때 위원장(국무총리)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만일 김정일이 제주도에 올 경우 이 의견서를 보이며 사과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유족회측의 전언이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우 지사의 시각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기사 때문에 도내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시 제주도는 <자유시민저널>측의 해명서를 첨부한 답변을 보낸 바 있다.

<자유시민저널> 측은 해명서에서 우근민 지사가 “4.3 희생자 선정에 문제 있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으며 “다수의 목소리가 없었다”,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었으므로 사과하라는 데에 반대한다”, “김정일에게 사과를 요구하겠다”는 식으로 보도된 내용도 당시 참석했던 유족회측에 확인한 결과 “전달과정에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적했듯이 당시 우 지사를 만났던 건국희생자유족회측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아 우 지사 발언의 진위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묻혀버렸다.

더구나 그 때는 4.3 진상보고서가 제출되는 등 4.3 해결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를 기리는 뜻에서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10년 전과 지금의 우 지사 발언, 그리고 제주도의 최근 해명 자료를 보면 결국 여전히 4.3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시민사회단체들과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다수 시민사회단체들과 역사학자들은 4.3을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기 위해 선거를 거부하자 이승만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제노사이드’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우 지사는 4.3을 여전히 북한의 지시를 받은 남로당 핵심 간부들이 주도한 폭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4.3 희생자들의 영령 앞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여전히 “폭도 새끼” 운운하면서 ‘편가르기’ 수준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더 이상 아무리 ‘화해’와 ‘상생’을 얘기한다 해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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