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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도시건축 이야기] <14> Minority Report : 인간성 상실의 회복-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영화 속 도시건축 이야기] <14> Minority Report : 인간성 상실의 회복-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김태일
  • 승인 2013.05.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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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미래도시는 자연과 전통을 융합시킬 때 가치 지녀”

금주의 주제는 미래도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제의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이며, ‘소수의견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영화의 주제가 시사하듯이 일반화 혹은 표준화, 집단화 사회에서의 소수의 의견, 생각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2002년 개봉되었던 영화로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콤비를 이루어 제작된 영화라는 점도 눈길을 끌게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이제까지의 SF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중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미래형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개략적인 영화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화의 공간배경은 미국 워싱턴DC이며 시간적인 배경은 2054년이다. 범죄발생이 극에 달해 사회안전이 최대이슈였던 미국에서 도입한 시스템이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었다.

<그림1> 범죄예방시스템 프리크라임의 작동모습. 자막 “지금으로부터 24분 13초후”는 앞을 발생할 범죄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스템의 정확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프리크라임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을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고도의 정신세계를 가진 젊은 사람을 뇌파를 기계적으로 읽어 들여 영상화하는 시스템이다. 프리크라임 팀장인 존 앤더슨(톰 크루즈 역)은 천부적인 감각으로 미래의 범죄자를 추적해내는 능력을 인정받게 되는데 존 앤더슨이 범죄예방 시스템인 프리크라임에 상당한 신뢰와 열정을 쏟게 되었던 것은, 범죄자에 의해 6년 전 자신의 아들을 잃은 아픈 기억을 경험하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사한 경험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너무나 뜻밖의 살인을 예견하게 되는데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범죄예방장에서 범죄자의 신분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 존 앤더슨은 직접 미래의 피살자를 찾아 나서게 되는 과정에서 범죄예방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갖는 구조적 결함을 알게 된다. 그것은 예언자들은 인간이기에 때로는 각각 다른 꿈, 즉 다른 예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범죄예방 시스템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결말부분에서는 다시 이전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끔찍한 경험 속에 놓여있었던 예언자들도 평화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림2> 감찰국 직원이 던진 질문 속에 첨단 범죄예방시스템의 한계, 즉 인간을 마음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계에 대하 맹신으로 인해 또다른 오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암시적 내용이기도 하다.
<그림3> 범죄예방시스템을 개발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기계적 한계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 스스로가 현명하게 판단해야한다는 암시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Minority Report)를 보면서 전체주의를 혐오하며 소설을 통해 비판의 글을 썼던 조지오웰의 소설 1984과 미래학자 제러미 러프킨의 소유의 종말을 연상하게 한다. 조지오웰의 1984은 전제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서 개인이 맞서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 과정과 양상, 그리고 배후를 잘 묘사하고 있는 이른바 디스토피아 소설로 유명하다. 특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Minority Report)에서 등장하는 첨단 범죄예방시스템과 각종 과학 장비뿐만 아니라 통제하는 구성수법까지 소설 1984에서 묘사하고 있는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사생활 감시와 동시에 당원들의 사상적인 통제를 위해 과거의 사실을 끊임없이 날조하고, 새로운 언어인 신어를 창조하여 생각과 행동의 속박,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까지 통제하는 수법은 상당히 유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제러미 러프킨의 소유의 종말역시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는 정보화의 기술이 인간의 생각과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다양한 자료에 근거하여 그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과 미래학자 제러미 러프킨의 소유의 종말에는 통제와 지배의 시스템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의 사생활이 통제되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Minority Report)에도 IT(Information Technology)혁명이 불러올 미래사회, 미래도시에 우울한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한 인터넷이 이제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과거 정보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최근에는 IT혁명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고 있다. 주가(株價)를 상승하고 있는 기업의 대부분이 정보통신을 취급하는 기업이며, 또한 많은 기업들도 IT부분에 집중적인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로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급속한 정보화 인프라의 구축이 가능하였던 것은 모든 것을 󰡐빨리빨리󰡑 처리하기를 원하는 국민성,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 좁은 국토의 사정상 일정한 지역에 모여 사는 고밀도 주거 등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가 IT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은 주거하는 집과 집 외부의 시설 즉 병원, 상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이들 시설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면 우리들의 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것은 이제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씩 우리들의 생활주거나 지역사회에서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그림4>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Minority Report)」속의 2054년 도시 모습. 현재의 상활과는 다르지만 우리의 현실은 첨단교통체계, 스마트한 자동차의 등장, 스마트 폰과 시스템의 연동 등이 이를 반영하고 있듯이 서서히 미래의 도시를 닮아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표적인 것인 사이버 도서관, 사이버 은행, U-City등이다. 특히 새로운 도시개념인 사이버시티’(Cybercity)의 출현은 사이버 공간 속에서 가상은행이나 가상도서관, 가상상점, 가상카페 등을 만들어 놓아 우리가 현실 도시에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이 속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들은 그러한 생활속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증가하는 각종 사고와 범죄사건을 예방하는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에 의해 도시의 거의 모든 지역이 CCTV 등에 관리, 감시되어 있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급속한 정보화기술의 발달은 도시기능의 변화에 대하여 두 가지 견해, 즉 도시기능의 해체와 도시집중의 강화라는 대립적 견해가 맞서고 있기도 하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도시기능의 해체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견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의하여 도시공간으로의 물리적 근접의 필요성을 소멸(감소)시켜 도시 기능의 분산화 경향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해체를 초래한다는 견해이다. 반면 도시집중의 강화에 대한 견해는 도시가 해체되기는 보다는 오히려 기존 대도시에 대한 집적경향 및 대도시 중심의 경향이 강화된다는 견해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후자의 현상이 심화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향후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변화될지 모를 일이다.

기본적으로 도시변화는 기술발달 영향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영향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으며 도시기능은 통신의 중심지가 아니라 통제와 정보접근의 중신지로서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네트워크는 단순히 도시기능의 하부구조(시설)이고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계층과 장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도시에 집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와 같이 정보기술의 대중화, 표준화, 그리고 일반화의 흐름은 맹목적인 믿음에 의한 종속화와 비인간성, 비문화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Minority Report)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범죄예방시스템 프리크라임과 예언자들, 그리고 맹목적 신뢰자들의 행동을 통해 과학화된 도시와 그러한 삶이 아니라 진정한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도시와 삶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그림5> 범죄예방시스템 도입이 철회되면서 기계에 의해 강요된 삶을 살아야 했던 예언자들은 풀려나게 되고(위) 조작된 범죄영상 때문에 범죄자로 쫓겼던 주인공 존 앤더슨은 누명을 벗게 되고 헤어진 부인과의 재회를 통해(아래) 새로운 삶과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되는데 궁극적으로 인간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도시의 모습은 외형적 문제뿐만 공간의 질적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은 이미 언급한바와 같다. 그래서 최근 뉴어바니즘 이론으로서 휴먼 신도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과도 이와 같은 배경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휴먼 신도시의 조건은 지극히 인간중심의 도시를 추구하고자 하는 도시계획의 실천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걷기 편한 도시구조의 추구하는 점, 일하고 거주하고 즐기는 곳을 같은 지역에서 해결하는 점, 다양한 계층의 주택을 함께 건설하는 점, 주거 및 오피스의 밀도를 높이며 중·저층의 건물을 중심으로 건설하는 점, 그리고 전통재료와 형태를 지향하며, 광장 및 상가 등을 마을중심에 배치하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시와 건축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제주의 도시와 건축이 갖는 매력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디자인해 나갈 것인가, 이 문제는 세계자연유산을 비롯한 많은 환경자원과 전통적인 마을과 건축의 만들어온 정신과 태도의 바탕위에 정보화 기술의 합리적인 접목과 융합이 이루어졌을 때 그 가치가 극대화 되지 않을까 필자는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 일본 효고현 장수사회연구소 연구원
- 제주 도시건축을 이야기하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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