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제주어. 이런 제주어를 동시로 살려낸 이가 있다. 평생을 제주어만 써온 황금녀 할머니다. 그의 손 끝에서 나온 동시집은 「고른베기」다. ‘고른베기’를 표준어로 표현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또래’ 정도로 해석하면 적당할 듯하다.
제주어 동시집 「고른베기」는 팔순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준다는 부제를 곁들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글 속의 주인공은 어린이들이다. 황금녀 할머니가 어릴 때를 떠올리며 써내려 간 글을 읽으면 예전 제주의 풍경이 절로 떠오른다.
「고른베기」는 또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동시여서인지 아이들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새/지레 줄락 커불고/벳에 칸/양지 벳겨진 아으덜”(‘방학이 끗나고’ 중 일부)
위에 쓴 동시 ‘방학이 끝나고’를 표준어로 옮기면 ‘그동안 키가 훌쩍 커버리고 볕에 그을려 얼굴 벗겨진 아이들’이 된다. 예전 실컷 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가장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가 있다. 심부름이다. 심부름을 제주어로 표현하면 뭐가 될까. 심부름은 제주어로 ‘부름씨’라고 한다.
“큰 오라방은/밧갈쉐 이껑 댕기멍/촐 멕이레 가곡/물 멕이레도 가곡/짐도 우끗 들렁 날을곡/짐 시끄레도 가곡/지게에 짐도 지곡/부름씰 잘도 호는디/우근드릇 호여둠서//말젯오라방은/놂에 두련/부름씰 보내젱 호민/주둥이 함박만이 나오곡”(‘부름씨’ 중 일부)
「고른베기」는 이처럼 잊혀져가는 얘기들을 잊혀져가는 제주어로 만들어냈다. 책에 담긴 그림은 황금녀 할머니가 직접 그렸다.
특히 이 책은 제주어를 무척 쉽게 접하도록 구성이 돼 있다. 제주어로 쓴 동시를, 다른 한 면엔 그 동시를 표준어로 해석한 동시를 함께 싣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녀 할머니는 “제주어는 문화사적으로 언어사적으로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제주어가 어른들에게는 잊히고, 아이들에게는 낯선 언어로 되어 가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우리의 꿈인 아이들이 제주어를 사랑하고, 제주어 지킴이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동시집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황금녀 할머니는 조천읍 함덕리 출신으로, 시집으로 <복에 겨워> <주님 뵈올 날 늴모리 동동> 등이 있다. 현재 창조문예 회원이면서 제주어보존회 회원이기도 하다.
「고른베기」는 도서출판 각에서 펴냈으며, 가격은 1만2000원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