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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다케시마? 우리 만나는 곳에서 ‘평화’가 시작된대요”
“독도? 다케시마? 우리 만나는 곳에서 ‘평화’가 시작된대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3.07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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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수학여행 온 일본 노틀담여고 학생들, 신성여고에서 국경 뛰어넘는 우의 다져

강연이 끝나고 한 명씩 짝꿍을 만난 신성여고와 일본 노틀담여고 학생들이 교정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3시30분. 학생들의 통학버스가 아닌 관광버스가 신성여고 교문을 들어섰다.

2009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신성여고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교토의 노틀담여고 수학여행단을 태운 버스였다. 벌써 5년째 홈스테이 교류를 이어오고 있지만 수학여행단이 직접 학교를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수학여행단 일행은 교장인 남승택 신부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남승택 신부는 교장실을 찾은 노틀담여고 26명의 학생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더욱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들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꿈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고 격려했다.

신성여고와 일본 노틀담여고의 수학여행단 학생들이 황재홍 교감의 강연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이어 노틀담여고 학생들은 강당으로 이동, 신성여고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는 신성여고의 황재홍 교감이었다.

강연 주제는 ‘평화’였다. 그의 강연은 ‘환대’와 ‘배척’이라는 다소 무거운 얘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황 교감의 열띤 강연은 “철학자 칸트는 ‘환대’란 ‘외국인이 타국 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적으로 취급받지 않을 권리’라고 표현한 바 있다”고 말하면서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의 우애를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그는 “정치인들이, 정부가 나서서 독도와 다케시마, 센카쿠 열도와 다오위다오라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부추기면서 그것을 애국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황 교감은 이어 “최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개국 정부가 모두 보수화되고 있지만, 여러분들 때문에 정치인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 여러분들이 만난 바로 오늘 이 자리가 평화를 이루는 자리”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해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 명씩 이름이 불려지면서 짝꿍을 만난 학생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의가 끝나고 한 명씩 ‘짝꿍’을 만나는 시간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서로 쑥스러운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손을 잡고 학교 안을 안내해주기 위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면서 오랜 ‘절친’인 것처럼 금새 친해졌다.

“유창하지는 못하지만 겨울방학 동안 배운 일본어를 바로 써먹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는 고민정 학생은 “이번 겨울방학 때 홈스테이 교류가 있으면 꼭 일본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일본 친구들의 손을 잡고 “매점에 가면 안되요?”라고 여고생 특유의 애교 섞인 하소연을 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또 어떤 학생은 미리 준비한 선물 꾸러미를 일본 친구에게 건네기도 했다.

노틀담여고의 야노 테쓰지 교감.
노틀담여고 수학여행단을 인솔하고 온 야노 테쓰지 교감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의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신성여고와 교류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안내를 겸한 산책을 마친 학생들은 이날 저녁 신성여고에서 마련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또 8일 오전에는 신성여고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다시 학교에 와서 짝꿍이 된 학생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강연 말미에 황재홍 교감이 강조한 얘기처럼, 적어도 한국과 일본 양국의 학생들이 만난 이날 신성여고 교정은 짙은 황사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따스한 평화의 기운이 넘쳐나는 듯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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