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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대학 졸업 그 주인공
노인대학 졸업 그 주인공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2.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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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귀포시 노인복지담당 양애옥

『배려하는 삶, 즐거운 생활, 꾸준한 운동, 자연식 섭취』어느 강의실에 걸려있는 학훈이다.

우리 누구나에게 와 닿는 슬로건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어느 학교의 학훈일까? 여러분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펴보세요...

이 학훈은 비운의 세대라 불리는 어르신들이 향학열을 불태우는 노인대학의 학훈이다. 지난 2월 4일 대정노인대학을 시작으로 안덕․남원․표선․성산 등 서귀포시 읍면 노인대학 졸업식에 참여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우리 노인대학 졸업식장의 진풍경은 우리 어린시절 초등학교 졸업식장을 연상케 했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가장 큰 상으로 평가했던 개근상과 정근상이 노인대학 졸업식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학장님이 대상자를 호칭할 때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어린 소녀소년들처럼 “네”라고 대답할 땐, 어린시절 졸업식장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나이드신 부모님의 졸업을 축하하려 꽃다발을 들고 오신 자녀분들과 어느 마을 이장님, 그리고 마음을 담아 장미로 축하를 해 주시는 읍장님의 정성도 참 보기가 좋았다.

어느 학장님의 말씀처럼, “나라를 잃어 본 세대이고, 4․3을 겪은 세대이고,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이며, 보리고개의 어려움을 온 몸으로 겪으며 새마을 운동을 주도해 국가부흥에 기여한 한 세대이다”라는 말씀이 귓전을 스칠 땐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의 가슴을 후벼파는 듯 했다. 이 보다 더한 비운을 겪은 세대가 어디 있을까?

감기몸살 내 몸 걱정, 내 가족의 평안을 걱정하면서도 단 한번도 우리 부모님과 어르신 세대들이 겪었을 고통과 비운을 고민해보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 대상이 내 아버지였음에도, 내 아버지가 과거 한국전쟁, 4․3의 경험담을 들려줄 때도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었다.

그냥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노인대학 졸업식에서 진행됐던 이 멘트 하나가 나에게 어르신을 대하는 마음 자세를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 어르신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지금의 이 나라와 민족이 지켜지고 발전해 왔음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사회가 이런 어르신들을 마음을 다해 지켜주고 보살펴야 할 것이다.

배움의 기회가 박탈되어 이제 백발이 만발해서야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고 계시는 분들! 농사․과수일, 손주․소녀 돌봄 등 자신을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으신 이 분들이 일주일에 한번 꼭 시간을 내어 강의실에서 배움의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우리는 지나간 역사와 시간을 통해서 현재를 세우고 미래를 밝혀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금년도 마지막 서귀포시 노인대학 졸업식이 이달 21일에 거행된다. 73명의 어르신들이 이번에 노인대학을 졸업한다. 다시 한번 진심어린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우리사회는 “조건없는 존경, 조건없는 경의”를 통해 어르신들의 열심히 살아온 그 열정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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