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우수(雨水) 무렵, 봄을 재촉하는 봄비 '언 대동강'도 녹였다고 합니다
우수(雨水) 무렵, 봄을 재촉하는 봄비 '언 대동강'도 녹였다고 합니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2.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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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섭 문학박사/항일기념관장

김동섭 문학박사/항일기념관장
혹한(酷寒)의 매서움이 새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더욱 기승을 부렀던 겨울이었습니다. 아직 다 지난 것은 아니겠지만, 설 연휴 기간 내도록 몸서리 쳐질 정도의 추위는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어 그런지 머잖아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입춘(立春)을 지난 지금 느껴지기도 하는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한낮의 아지랑이가 대지를 타고 넘어온 듯 따사함으로 가득한 체육공원엔 늙은 노모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하는 중년의 한가로움이 그리 바빠 보이지는 않는 듯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게 되면 유채밭의 푸르름은 더욱 진해지고 햇볕도 더욱 따사해 지겠지요? 그리고 ‘나서 이내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하는 우수(雨水)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옛 기록에 “입춘이 지나면 동해동풍이라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말처럼 우수(雨水)는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겨울 추위가 가시고 봄기운이 온 산천에 가득하니, 산과 들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동물들도 동면(冬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겠지요?

이제 농부는 논밭에 있는 병·충해 예방을 위해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등 본격적인 영농준비에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논농사가 많았던 다른 지방에서는 논·밭두렁 태우기는 겨울동안 죽지 않고 살아있는 각종 병·충해를 박멸해 농작물의 병·충해를 예방하고, 증산을 꾀한다는 것에서 시작된 하나의 풍습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농약이 변변찮던 시절 병·충해 예방과 논·밭 둥천(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꼭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 효과의 의문성, 좋은 농약의 등장, 산불의 위험 때문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이 무렵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초목에는 싹이 튼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이 무렵 제주에서는 초가집의 지붕을 일었습니다. 눈이 오기 전에 ‘새’를 비어 와서 눌을 쌓아 보관하여 두었다가, 농한기(農閑期)에 지붕을 엮을 ‘집줄’은 미리 준비하게 됩니다. 집줄이 준비되면 날을 받아 지붕을 일게 되는데, 예부터 오불개옥(烏不蓋屋)이라고 하여 지붕일기를 할 때 말날은 피했다고 합니다. 말날은 바람이 많이 분다고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지붕일기는 옛줄을 걷어내고 숨골이 생긴 곳에 알을 박아 보수한 다음, 다시 지붕에 새로운 새를 편 다음 집줄 묶고 끝 정리를 하면 끝이 나게 됩니다. 보통 한 거리를 하는데 5시간 정도 걸리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대자연의 순리 속에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습니다. 오래지 않은 시간 내에 이 비가 다하고 나면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 영춘화가 피어나고, 이어서 매화꽃도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요? 긴 동면에서 일찍 기지개를 하고 난 홍매화가 서귀포 주변 이름난 농원에서 벌서 피어났다고 합니다. 머잖아 온 산하가 이들 봄꽃으로 가득하겠지요? 대자연의 미물들이 이러한데, 만물의 영장으로 우리 인간들은 함께하는 다른 이의 아픔과 부족함도 간추리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찬란한 봄을 차분하게 준비하였으면 합니다. 더욱 새로움으로 준비한 소중한 결실을 생각하면서 우리들과 함께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이웃들도 더불어 챙겨보는 향기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동섭 문학박사/항일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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