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힘은 대단하다. 제주시 동(洞)지역 서쪽 끝에 위치한 외도초등학교도 음악이 주는 힘을 알고 있다. 이 학교에 음악이라는 바람이 분 건 지난해부터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한 ‘학생 오케스트라’ 지원 사업 학교로 선정되면서이다.
그런데 작은 학교였던 이 곳에 인구가 몰려오면서 학생수도 덩달아 늘었다. 그러다보니 오케스트라 지원 사업 학교로 선정되고서도 연습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외도초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 바로 곁에 붙은 2층 가정집을 활용하고 있다. 이 가정집 공간을 분할, 악기별 연습장소로 활용하는 기막힌 연습 공간이 만들어졌다.
외도초는 교과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 6월 오케스트라를 창단한다. 오케스트라단 이름은 제주의 상징인 바람을 닮은 원대한 오케스트라로 커달라는 의미에서 ‘윈드 오케스트라’라고 불리고 있다.
윈드 오케스트라는 3학년부터 6학년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2학년인 예비단원을 포함하면 인원은 56명이다.
윈드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어린이들은 매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1시간 30분을 악기 연습에 매달린다. 1주일에 2차례는 레슨을 받고, 3일은 외도초 ‘우정관’에 함께 모여 악기별 음색을 맞추는 일을 한다.
외도초 이윤정 교사는 “늘 연습을 해야 하기에 쉬운 건 아니다”면서도 “장소 마련이라든지 주변 여건은 좋다”고 설명했다.
악기를 접하면서 학생들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건 물론이다. 여기에다 집중력도 늘어났다. 어려운 관악기를 배우면서 리코더나 오카리나는 쉽게 소화해내는 능력까지 얻은 건 덤이다.
외도초의 오케스트라단 구성은 단지 악기의 기능적 측면을 배우는데 한정된 건 아니다. 더 놀라운 일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부 반에서 소외되던 어린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는 이름을 단 어린이들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 다른 어린이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 대상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단원 가운데는 특수반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특수반 어린이의 변화된 사례는 이 학교 음악교육이 준 커다란 변화로 남아 있다.
창단멤버이면서 단장인 홍수경 어린이(6학년)의 얘기를 들어봤다. 홍수경 어린이는 클라리넷을 분다. “음악이 좋아졌어요. 음악을 배우면서 몰랐던 친구들도 만나게 됐어요. 제가 가장 자랑스러울 때는 연습한 걸 남들에게 보여줄 때죠.”
부단장인 오나현 어린이(6학년)는 중저음의 트럼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박자에 약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트럼본의 매력이라면 ‘아프리카 심포니엄’ 중에서 코끼리 소리를 낼 때죠. 이젠 다른 악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악기를 다루는 일은 끈기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면 힘든 관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 학생들의 끈기를 가로막는 일이 적지 않다. 학원에 좇기면서 학원을 택해야 할지, 아니면 음악을 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어린이들이 많다. 힘들어서 빠지기도, 학원을 이유로 빠지는 어린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50여명의 어린이들 가운데 32명은 꾸준히 갈 길을 가고 있다. 이들 어린이는 음악이 준 선물을 누리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알게 모르게 가진 건 그들에게 주어진 잊지 못할, 아니 초등학생으로 간직할 가장 큰 선물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