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나와 남을 위한 거리 '임계거리'
나와 남을 위한 거리 '임계거리'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11.13 17: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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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센터 홍기확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센터 홍기확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약 1억5천만Km이다. 빛의 속도로 치면 태양의 빛이 지구까지 오는데 8분밖에 안 걸린다.

즉, 우리가 보는 태양의 모습, 태양의 빛은 8분전의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저녁에 빛나는 별 중 태양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은 무려 12.6년 전의 모습이니까.

은하계 안의 태양계 안의 조그마한 별 지구. 이 친구는 참 신기한 친구다. 물도 있고, 얼음도 있고, 증기도 있다. 그만큼 생물이 탄생하고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아름다운 임계거리(臨界距離)’라고 부르고 싶다. 조금만 태양에서 멀어져도 얼음별이 되고, 조금만 가까워져도 불덩이별이 된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의 온도는 300도쯤 되고, 가장 먼 천왕성은 영하 200도쯤 되니까 말이다.

왜 뜬금없이 과학 얘기냐고? 이 ‘아름다운 임계거리’를 인생살이에 적용하고 싶어서다.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간 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모든 사람에게 너무 가깝게, 혹은 너무 멀게 대한다. 모든 사람에게 가깝게 대하는 사람을 두고 사교성이 있다고 칭찬하고, 모든 사람에게 멀게 대하는 사람을 두고 붙임성이 없다며 좋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뜨거운 난로에 가까이 간 사교성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많은 상처를 받고, 난로와 멀리 떨어진 사람은 몸과 마음이 추워진다. 임계거리가 필요하다. 따뜻한, 따뜻할 만한 거리.

이시다 이라의 『6teen』이란 책에도 멋진 말이 나온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기분 좋은 거리를 두고 일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게 좋을 지도 몰라.”

우리는 가정 혹은 직장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못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은 대부분 남들도 하고 싶은 일이다. 게다가 이 ‘일’이란 게 ‘노는 일’과 유사한 단어라는 건 찔리긴 해도 나도 마찬가지다.

결국 어느 정도 세상과 타협해보자.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자신이 기분 좋게 일할 거리를 찾는 건 훨씬 쉽다. 게다가 찾지 못해도 괜찮다. 현재 자신의 기분만 좋다면 어떤 일을 하든 기분 좋은 일이 되는 것 아닌가?

임계거리. 이것은 마법과 같다. 화가 날 땐 떨어져서 임계거리를 유지해보자. 분노와 분리된 자신만이 남아 되돌아볼 시간이 충분하다. 게다가 보너스로 분노도 가라앉는다.

남들과의 인간 관계에 있어 너무 멀어지거나 가까워져 힘들다면 지금의 어정쩡한 거리를 밀고 당겨서 임계거리로 유지해보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남에게 받은 복잡한 감정들이 객관적이게 된다.

일이 재미없다면 일에서 임계거리를 잃었을 때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자. 밥벌이인 일을 바싹 당겨서 쓱싹 처리한 후, 냉큼 쭉 떨어져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기분 좋게 조금 하는 거다.

뜨거운 곳을 일이라고 치면, 차가운 곳은 휴식, 따뜻한 임계거리는 일과 휴식을 슬쩍 쳐다보는 여유라고 하겠다.

누가 인생은 네 박자 쿵짝이라고 했던가? 나는 일, 휴식, 여유라는 세박자라고 할 테다. 인생은 인생을 정의하는 자, 그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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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 2012-11-14 09:39:06
좋은 글이네요...
저는 요즘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마음 지키기 연습>을 읽고 있는데...
객관적 현실을 보며 비현실적인 마음의 상상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는 말이 와닿더군요.
어려운 일이 닥쳐도 차분히 대처하는 마음 지키기, 이게 바로 여유가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