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불법을 눈감아 주는 것이 정의이고 친절인가?
불법을 눈감아 주는 것이 정의이고 친절인가?
  • 황영호
  • 승인 2012.10.3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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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북동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 황영호

우리는 “좋은 것이 좋은 거야”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며,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큰소리를 치고 언론을 통해서 약자를 매도해도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왜 그랬어...'라는 질책이 앞서는 것이 공직사회의 관념이 되어 있어 씁쓸한 생각이 든다.

나는 10년 넘게 일선 동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내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사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기에 하는 일에 언제나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가끔 사회복지 업무를 하다보면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을 때가 많다.

즉, 불법을 용납하고 친절한 공무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상사에게 꾸지람과 불이익이 있더라도 정의를 택할 것인가? 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한 일은 나 혼자만이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니라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국·내외 경제 사정의 악화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을 통틀어 '사회적 약자'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건 맞는 말 같다.

그러한 그들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지 아십니까?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일선 읍·면·동주민센터의 사회복지담당자 앞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에게는 서슴없이 폭언, 협박, 심한 경우에는 상해를 입히거나 기물 파손도 서슴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은 대응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대응할 만한 육체적인 힘이 없어서도 아니고, 잘못이 있어서도 아니며 바보이기 때문도 아니다. 우리는 결과를 미리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에 입각하고 증거가 있어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대응하면 그들은 크고 작은 소란을 일으키고 잘못을 지적한 담당자는 어느 덧 불친절 공무원이 되어버리고, 이곳저곳에서 꾸중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해 주기보다는 “왜 그랬어” 라는 말이 들려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 불법적인 사실을 모른체하고 넘겨버리는 친절 공무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어떤 불이익이 있더라도 잘못됐음을 지적할 수 있는 정의로운 공무원이 될 것인가? 아주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되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대충 넘기고 나중에 바로잡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 처리를 한 결과 부정 수급자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복지 예산도 많이 낭비되었다는 것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하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사회복지라는 전문 직렬을 만든 이유와 그리고 역할은 불법을 정당화 시키는 일을 하라는 것인지” 말이다. 오래전에 복지부장관을 지내셨던 이태복 전장관님께서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하라는 말씀을 하셔서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새기고 있다.

비록 오늘 우리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의 현실은 답답하고 힘들지만, 언젠가는 우리들을 진정으로 믿어주고 수고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 많아질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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