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노인 복지 문제를 생각한다
노인 복지 문제를 생각한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10.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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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창후 변호사 (전 서귀포시장)

고창후 변호사
상담 사례 1)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양도소득세 문제로 찾아왔다. 72세 난 할머니는 남편 명의로 되어 있던 작은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가, 3년이 되지 않아 처분했는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었다.

할머니 부부는 남의 집을 얻어 살고 있는데, 할머니는 애기 돌보미 일을 하고, 남편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아들 2명이 있지만 40세가 넘도록 객지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어렵게 생활하고 있어 아들들의 생활비 보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냐고 했더니, 70세부터 가입한 5년짜리 보험이 전부이고, 앞으로 3년 동안 일을 하며 보험금을 내어야 5년 후에 만기환급금 1000여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75세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집도 절도 없는 이 할머니 부부의 여생이 무척 걱정스러웠다.

상담 사례 2)

70세 된 할아버지가 파산 상담을 해왔다. 오래 전에 처와 이혼한 후,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었다. 2남 2녀의 자녀들과 오래 전부터 연락이 끊겼고, 연락이 되는 아들은 결혼해서 자기들 살기도 어려운 처지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남의 땅에 지어진 30년 된 노후 주택이 전부이고, 부채가 4000만원이 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은행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왔는데 작년부터 협착증으로 인한 다리 통증 때문에 노동을 할 수 없어 은행 이자는 고사하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자녀들에게 소득이 있는지, 기초생활수급자로 되었다가 2년 전 차상위 계층으로 조정되었고, 매달 수령하고 있는 9만여원 되는 기초노령연금과 남의 감귤 과수원을 경작하며 벌어들이는 연 200∼300만원 정도의 소득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지병으로 감귤 과수원 경작을 포기한다는 말을 했다. 이 할아버지의 여생을 생각하니 온 종일 마음이 아프고 착잡했다.

상담 사례 3)

60대 중반의 부부가 공증 문제로 상담을 왔다. 서귀포에서 살다가 캐나다로 투자 이민을 가서 10여년 동안 거주한 후, 서귀포로 돌아왔다고 했다. 캐나다 시민권을 갖고 있는 그 부부에게는 캐나다 정부에서 매달 200여만원의 연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투자이민을 한 기간이 짧더라도 노인이 되면 연금이 지급되는지 여쭈었더니, 캐나다에서는 연금 납부 실적과 상관 없이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노부부의 경우를 일반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캐나다의 노인들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위 상담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인의 노후 문제가 의외로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캐나다와 같은 복지 선진국 수준은 아닐지라도, 노인의 복지 문제를 방치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우리 사회는 머지않아 '고령화의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사안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노인 복지 문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노인들의 복지 문제를 고민하고 논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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