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우리 아이 세발 자전거 '씽씽'
우리 아이 세발 자전거 '씽씽'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10.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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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미영

제주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미영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올 여름 학교 수업의 일부이기도 한 실습 과정을 하면서이다.

실습 과정 속에서도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 같이 놀아주고 보듬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신나게 놀자! 아이들아, 아이들아」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드디어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놀아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행사 장소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새 신을 신은 것마냥 가볍고 경쾌했다.

행사 장소에 도착해서 위탁부모님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위탁부모님들은 한결같이 밝은 얼굴로 웃음을 띠고 계셨는데, 그 모습 자체가 나에겐 천사였다.

체육관 이곳저곳에서는 하하 호호 가족사진을 찍고, 조막만한 얼굴과 고사리 같은 손에 페이스 페인팅을 그리고 있었다.

첫 경기 신발던지기 게임. “선수 나오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로 손을 들고 뛰어가는 아이들. 어쩌면 이렇게 티 없이 맑고 예쁜지..., 아이들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열정과 끼를 숨김없이 보여주었고, 작은 경품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져갔다.

간식 담당이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 만점 자원봉사자였다. 내 주위를 빙 둘러싸서 간식을 받고 작은 입으로 오물거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간식거리를 나누어주면서 “다른 친구들이랑 나누어 먹자”라는 말 한마디에 옆에 친구에게 자기 것을 나눠주는 아이들. 아이들이기에 욕심도 부리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한껏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클텐데도 나눔의 마음이 더 크게 보였다.

처음 「어린이놀이마당」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서 같이 놀아주고 즐거움을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었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나와 놀아주고 나에게 행복과 즐거움, 사랑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위탁아이들이란 단어 때문에 접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아이들이 어둡고 가라앉아 있을 것이라는 엄청난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 행사를 통해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았고,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처음 세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페달을 서툴게 돌리고, 앞으로의 전진도 느릿느릿하기 일쑤다. 하지만 아이들이 혼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자전거의 큰 바퀴를 보조해주는 작은 바퀴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가정위탁 또한 아이들에게 세발자전거의 보조바퀴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친부모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할 때, 위탁부모와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친부모를 도와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같이 보듬어 안아주고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하루동안 보았던 아이들의 웃음이 떠올라 나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같이 웃어보았다. 이 천사같은 아이들에게 작은 보조바퀴가 되어주면 어떨까?

지금은 비록 넘어지고 비틀비틀 거리지만, 그럴 때마다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지지축이 되어준다면 언젠가 보조바퀴를 떼고 미래를 향해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려 나가지 않을까?

희망을 안고 씽~씽~ 달려나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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