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진통을 거듭한 끝에 세계자연보전총회 본회의에 상정된 제주해군기지 결의안이 결국 정부측 회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15일 WCC총회 마지막날 진행된 제주해군기지 결의안에 대한 투표에서 정부측 회원들은 찬성 20표, 반대 68표, 기권 60표로 결의안 채택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은 찬성 269표, 반대 120표, 기권 128표로 결의안 통과에 찬성의 뜻을 밝혀 정부 회원들과 극명하게 입장이 갈렸다.
IUCN의 발의안에 대한 투표는 정부측과 비정부기구측 표결 결과가 모두 과반수를 넘겨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해군기지 결의안은 결국 본회의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해군기지 결의안을 발의한 CHN(Center of Human and Nature, 인간과 자연의 모임)의 로날드 엔젤 수석연구위원과 윤종수 환경부 차관에게 각각 4분씩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발언 기회가 주어졌고, 곧바로 표결 절차가 진행됐다.
표결 결과를 총회 현장에서 지켜본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은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이라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다만 강 회장은 “많은 친구들이 도와주었고, 강정마을의 아픔을 이해해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모두 그런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발의안을 주도하고 찬성 발언에 나섰던 CHN의 엔젤 수석연구위원은 단호한 어조로 “아직 끝난 게 아니다(It's not over)”라고 말했다.
NGO 회원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고, 정부 회원들 중에서도 22.7%가 결의안에 지지를 보내줬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결과라는 의견이었다.
그는 특히 “이번 총회를 계기로 한국의 상황에 대해 많은 IUCN 회원들이 알게 됐고,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오늘 이 논의 결과는 한국 정부에도 굉장히 큰 압박이 될 것”이라며 “IUCN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총회 시작 전부터 총회 개최장소인 컨벤션센터 앞에서 평화 염원 1000배를 시작한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결의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끝까지 1000배를 마무리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