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건축 심의도 받지 않고 멋대로 하는 부영은 무법자인가”
“건축 심의도 받지 않고 멋대로 하는 부영은 무법자인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9.13 16:2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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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호텔은 가짜다] <2> 해안변 200m내 건물은 외장 재료를 바꿀 때도 심의 대상

<미디어제주>가 앵커호텔의 원도면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12일 당일, 공교롭게도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아들인 빅토르가 제주공항을 빠져나가며 기습 기자회견을 가졌다.

빅토르는 아버지의 작품이 보전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쉽지만 한국의 법을 존중한다. 메인 건물인 앵커호텔이 잘 건설됐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자 제주도도 아주 발 빠르게 보도자료를 통해 빅토르를 거들고 나섰다. 제주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디어제주>가 제기한 샌드스톤 문제에 대해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거기에 빅토르를 끼어들게 했다. 보도자료에서 제주도는 샌드스톤은 제주도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맞지 않아서 석재를 (카파오석으로) 변경했다는 부영의 설명을 듣고 빅토르는 이해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말 빅토르가 이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일 보도자료처럼 이해한다고 빅토르가 말을 했다면 빅토르는 그 순간에 건축가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빅토르가 앵커호텔이 잘 건설됐으면 한다고 해놓고, 석재 변경을 이해한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짝퉁도 아니고 가짜인 현재의 앵커호텔은 하단부에 잘못 붙여진 석재(카파오석)만이 문제는 아니다. 호텔의 주출입구는 정말 가관이 아니다.

앵커호텔 입구(건축용어로는 포치라고 부름)는 기둥을 하나 두고 그 위에 삼각형 지붕을 얹도록 돼 있다.

그런데 마무리된 앵커호텔의 입구는 세계의 각종 건축양식을 혼합해 만든 기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은 그리스의 코린트식과 도리아식을 섞었으며, 지붕 위는 이슬람양식의 돔을 하고 떼서 붙였다.

레고레타의 의도와 달리 멋대로 바뀐 앵커호텔 입구.
이런 모양새의 입구가 앵커호텔과 어우러질 리 만무하다. 원래의 입구는 앵커호텔 지붕의 느낌을 지상에도 펼치려는 레고레타의 의지였다. 앵커호텔 지붕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된 수백개의 구멍을 만들어뒀다. 그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그 빛은 시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레고레타는 의 중요성을 알기에 지붕을 통해 표현한 빛을 지상에도 두려고 했다. 앵커호텔 입구의 지붕 역시 수많은 빛을 담기 위해 정사각형의 구멍을 내도록 했다.

그런데 부영은 멋대로 변경을 했다. 호텔 입구야 건축면적에 포함되지 않아 심의대상이 아닐 수 있으나 작품을 훼손한 책임은 피하기 힘들다.

더욱이 샌드스톤을 카파오석으로 바꾼 건 위법이다. 건축물의 외장 재료를 바꾸려면 제주도의 심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앵커호텔은 해안변 200m내에 위치하기에 외장 재료를 바꿀 때 제주도건축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부영은 이런 절차도 없이 그야말로 법을 무시하고 멋대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앵커호텔은 건축심의를 받아야 하는 구역이다. 재료도 심의 대상이다. 내부 재료는 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외부의 재료를 바꿀 경우엔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앵커호텔의 입구는 원래 삼각형 모양에다 지붕처럼 정사각형 구멍을 뚫어 빛을 들이도록 돼 있다.
부영이 이처럼 멋대로 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지난 3월 부영이 제주도에 앵커호텔 변경안을 제출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지붕에 수백개의 구멍을 내는 대신 구멍을 없애고 아예 페인트로 칠하겠다는 변경안이었다. 이를 받아든 심의위원들은 불허했다. 심의위원들은 레고레타의 작품이었기에 현재 그 땅에 세울 수 있도록 허가를 해줬는데, 레고레타의 작품을 훼손하는 엉뚱한 설계변경안이 올라온 걸 용서하지 않았다.

부영 입장에서는 레고레타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공사 기간을 줄이고 좀 더 값싼 가격에 호텔을 지을까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비싼 샌드스톤 대신 저렴한 카파오석을 붙이고, 지붕에 구멍을 내기 싫어 설계변경안을 들고 나왔다. 부영은 의지대로 되지 않자 호텔 입구를 이상하게 만들고, 외장 재료도 엉뚱한 걸 붙여놓고선 빅토르도 이해했다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한 건축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레고레타의 작품을 임의로 변경하는 건 있을 수 없죠. 앵커호텔은 그 자체가 완벽한 건축이기에 허가를 받은 것이죠. 그런 완결된 건축을 부분적으로 파괴하는 건 전체를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부영의 건축에 대한 이해도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부영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 아니, 건축심의도 받지 않고 멋대로 하는 건 무지에다 무법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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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2012-09-14 09:42:03
ㅎㅎ 빅토르,... 근데 레고레타의 아들이 맞긴 한 건가요?

난 부영 2012-09-13 17:31:44
부영은 사람이 아니무니다

난 갸루상 2012-09-13 17:05:36
고로 "난 갸루상이므니다! ㅋㅋ~
정말 아버지를 존경하고 진정한 건축가라면
"이건 좀 아니다~싶다"

난 가짜 2012-09-13 16:57:03
"난 레고레타 아들이 아니무니다"
"난 건축가가 아니무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건축인 2012-09-13 16:48:02
까무러칠 일이구만! 빅토르 레고레타가 이걸 보구고 이해한다 했다고? 도청서 수행해준 통역사도 의심스럽구.. 하늘에 계신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불쌍하다.
기자님의 말씀처럼 레고레타의 작품이 아니라 부영설계라 하면 되고, 그전에 건축인허가부서의 고민이 많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