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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공들여 마련한 제주형 의제 스스로 퇴색시켜버린 제주도정
수년째 공들여 마련한 제주형 의제 스스로 퇴색시켜버린 제주도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9.1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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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논 분화구 발의안 의결 순간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불가’ 기자회견 “빈축”

오정숙 제주도 청정환경국장이 12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2일 오전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오전 10시께부터 차분하던 미디어센터 분위기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발의한 5개의 제주형 의제 가운데 ‘하논 분화구 복원 및 보전’ 발의안과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 체계 구축’ 발의안에 대한 총회 의결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지난 5일 총회 개막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5만년의 생태계 역사가 담겨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은 하논 분화구 복원과 보전에 대해 전 세계 환경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시간에 미디어센터 바로 옆에 있는 컨퍼런스 룸에서는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논란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실 이 기자회견 시간에는 미디어센터 내에 있는 기자들에게 ‘제주 세계환경수도 추진’ 발의안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는 것으로 공지됐다.

실제로 기자회견 서두에서는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정대연 센터장이 컨택 회의에서 수정된 세계환경수도 발의안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정숙 제주도 청정환경국장은 세계환경수도 발의안과는 전혀 무관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제주도의 입장을 피력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옆 자리에 배석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회견장에는 지난 11일 국방부와 해군의 기자회견에서 제주해군기지가 ‘친환경 공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던 해군본부 윤석한 대령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전에 해군측과 이 기자회견을 갖기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회견 시작 직전까지도 이런 기자회견이 있다는 것을 기자들 중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수년째 공들여 준비해온 5가지 제주형 의제들 중 중요한 의제가 채택되는 중요한 순간의 의미를 제주도 스스로 퇴색시켜버린 셈이 됐다.

예정되지 않았던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불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다른 기자회견에 끼어드는 무리수까지 둘 정도로 해군 뿐만 아니라 제주도도 조바심을 내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이 정도면 세계환경보전총회를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 제주도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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