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중문지역에 지어지고 있는 앵커호텔은 다들 세계 건축계의 거장인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작품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미디어제주>가 앵커호텔과 리조트레지던스의 원 도면을 단독 입수한 결과 앵커호텔은 레고레타의 의도와는 완전 다르게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앵커호텔과 리조트레지던스의 하단부에 붙이도록 돼 있는 재료이다.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아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엉성한 재료가 붙어 있다.
건축중인 앵커호텔과 리조트레지던스 하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석재는 화강석의 하나인 ‘카파오석’이다. 이 석재의 표면은 매끈하고, 중국 등지에서 싼 값에 대량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디어제주>는 관련 재료 쓰임에 의문을 품고 제주도 등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상 없이 지어지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나 <미디어제주>가 원 도면을 단독 입수한 결과 앵커호텔과 리조트레지던스 하단부를 장식할 재료는 ‘카파오석’이 아닌 ‘샌드스톤’(흔히 ‘인도사암’으로 불림)으로 밝혀졌다. 샌드스톤은 표면이 울퉁불퉁해 자연스러운 시각효과를 준다. 레고레타의 많은 작품에 샌드스톤과 같은 석재가 쓰임은 물론이다.
“재료가 문제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재료는 당연히 문제가 된다. 재료는 겉을 장식하는 주요한 소재가 된다. 뼈대 위에 어떤 재료를 입히느냐에 따라 작품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건축가들이 재료 하나하나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복을 입는 사람과 양장을 입는 사람이 완전 달라 보이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레고레타는 빛, 물, 색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조합시켜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그에게 재료는 3가지 요소 가운데 빛과 색을 만들어주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다. 레고레타가 샌드스톤을 소재로 쓰는 이유도 울퉁불퉁한 질감이 만들어내는 빛과 붉은색 계열의 샌드스톤이 주는 색감에 있다.
레고레타의 작품성을 논한다면 앵커호텔의 재료는 카파오석이 절대 될 수 없다. 앵커호텔의 원 도면에서처럼 샌드스톤이 붙여지지 않는 이상 “앵커호텔은 레고레타의 작품이다”고 말 할 자격을 상실한다. 이건 ‘짝퉁’도 아니다. ‘짝퉁’이라면 진품과 혼동될 정도로 잘 만들어야 얻을 수 있는 답이다. 한마디로 앵커호텔은 가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