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아이들이 보고 있다
아이들이 보고 있다
  • 양태영
  • 승인 2012.08.23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양태영

8월 22일 오후 2시 민방공 훈련(을지연습 기간)이 실시됐다. 나는 노형로터리 횡단보도쪽에 유도 요원으로 지정됐으며, 구간은 서북쪽 교통섬이였다.

유도요원으로서 10분전에 미리 나가 지정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오후 2시 정각에 민방공 싸이렌이 울렸고, 노형로터리에는 지나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안내하는 호각 소리가 배치된 장소마다 울리기 시작했다.

오후 2시에 싸이렌 타종이 울리고 있는 가운데, 운행하는 차량들은 일제히 차를 세우고 15분이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정된 15분 동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일부 차량 운전자와 오토바이를 운행하는 사람들이 공습경보 발령 시간인데도 운행을 하고 있었다. 주민의식의 결여라고나 할까! '나 혼자 쯤이야'하는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민 의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일부 주민의 잘못된 습관 때문에, 더구나 가상전쟁을 하고 있는 을지연습 기간에 민방공 공습경보가 울렸는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 한 아주머니가 초등학교 학생 2명을 데리고 공습경보시간에 왔다갔다 하는 것을 목격한 나는 “지금은 민방위 훈련 시간이므로 어린이를 2명이나 데리고 왔다갔다 하지 마시고 가까운 대피소로 들어가십시오.”라고 말을 건넸다.

시간을 보니까 오후 2시8분, 해제되려면 아직도 7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보니까 노형로터리 농협 건물에 대피하는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 2명과 함께 농협 건물에서 또 동쪽으로 건너가려고 횡단보도 신호등 앞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지금은 공습경보 시간이며, 차량과 사람 모두를 통제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가까운 대피소로 가시기 바랍니다." 시간을 보니까 해제되려면 아직도 4분여 시간이 남은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 “아주머니 민방공 훈련시간인데 자꾸 왔다갔다 하시면 안됩니다. 대피소로 애들을 데리고 들어 가세요” 라고 말씀드리니까 아주머니께서 “여기 대피소라고 써 있는 곳이 없어요.” 이렇게 말씀 하시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다른 사람들은 높은 건물(농협 노형로지점)에 지하실에는 안들어갔지만, 건물입구 내에서 2시15분 훈련 종료 싸이렌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초등학생인 듯한 어린이 2명과 함께 민방공훈련시간에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풍경이 황당할 따름이었다.

WCC 세계자연보전총회가 개최되는 시점에서 우리 제주도민들의 의식 수준이 이만큼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제주도 말로 어이가 없었다.

초등학교 학부모로써 어린이들을 가리키고 교육 시켜야 하는 부모로써 대낮에 어린이 교육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교육은 학교에서 선생님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첫째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눈과 귀로 배우고, 두 번째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다.

인성 교육은 어릴 적에 부모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물론 일부 학부모의 일이지만, 이런 점은 고쳐야 하지 않을까?

'나 혼자 쯤이야' 하는 사고방식을 바꾸고, 세계의 환경수도로 탈바꿈 하려면 질서와 예절교육을 생활화하고, 제주도민으로서 긍지와 보람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자각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