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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카사 델 아구아 철거논란, 그 부끄러운 문화정치의 현주소
[기고] 카사 델 아구아 철거논란, 그 부끄러운 문화정치의 현주소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08.19 17: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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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화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

이선화 제주도의원
무더운 여름더위와 푹푹 찌는 열대야를 런던 올림픽을 지켜보며 그나마 이겨낼 수 있었다.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며 인간승리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을 지켜보며 영국이 가진 셰익스피어, 윌리엄 블레이크, 비틀즈 등 시대변화에 상관없이 세계인을 예술의 감동으로 묶어 주는,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예술가들을 가진 문화적 자산과 그걸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 맞춰 감동으로 풀어낸 대니 보일 감독의 안목과 능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부러움을 느꼈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행사비용이 1140억원이었던 데 비해 런던 올림픽의 행사비용은 48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용의 축소가 감동의 축소는 아니었다. 런던올림픽은 영국이 가진 문화 콘텐츠의 힘을 감동으로 풀어내며 전 세계에 아날로그 문화의 힘을 환기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문화정치는 프랑스의 발명품이다”로 시작하는 책이 있다.

「문화는 정치다」라는 프랑스의 장 미셀 지앙 교수의 책인데 프랑스정치의 문화실험들을 소개하며 문화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980년대 프랑스의 수장 미테랑은 자신의 집권전략 가운데 최고의 비밀무기로 문화정치를 내세운다.

그 결과 프랑스 역사상 미테랑 집권시기(1981-1995)에 가장 왕성한 문화정치적 실험이 이뤄졌고 수많은 이론서와 토론들이 문화정책으로 수립된다.

수십 년 간 프랑스는 세계 관광대국 1위를 한 번도 다른 나라에게 내준 적이 없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풍성한 문화적 환경은 철학과 미적 감각을 소유한 자존심 강한 국민들을 낳았고, 이처럼 문화적, 예술적 감수성이 높은 개인들이 많은 사회는 그 자체가 국가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며 그 사회를 자본이상으로 매혹적인 세계로 만들었다.

필자가 새삼, 문화정치라는 용어를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행정의 방향이 더 없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지금 제주에선 도민의 자부심을 지켜내는 문화정치가 아닌 오히려 행정이 앞장서서 문화파괴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우리나라의 경복궁, 경희궁, 경운궁을 비롯해 전국의 문화유산을 조직적으로 파괴했다. 문화유산파괴 행위는 민족 자체를 말살하겠다는 정치적 의도에서였다.

이러한 파괴 행위로 정복당한 민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기억을 말살하려 했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역사를 고쳐 씀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려 했던 것이다.

프랑스 교수에 이어 또 다른 세계적 전문가의 말을 빌어 다시 강조한다.

영국 건축저널리스트 로버트 베번의 충고이다. ‘흙먼지가 되어 사라진 세계 건축 유산의 운명을 추적한다.’라는 부제를 단 「집단 기억의 파괴」 라는 책의 저자 로버트 베번은 예술과 건축물에 표현된 문명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는 ‘문화청소(Cultural Cleaning)’라고 말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즉 위대한 건축물이 사라지게 되는 건 단지 건축물의 상실이 아니라 위대한 문화를 청소해 버리는 야만적 파괴행위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하고, 경계하라!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라고 그는 강조한다.

우리는 이미 해외에서 21세기형 건축이란 평가를 받으며 더 널리 알려졌던 대한민국 현대 건축의 거장 고(故) 김중업의 비행기와 유람선을 닮은 구 제주대 본관을 1995년 10월에 잃었다.

그것은 제주 문화정치의 부끄러운 사례인 동시에, 지역문화인들에게 문화적 유산과 그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적 사건으로 지금도 반성의 아픔으로 남는다.

세계 저 편에선 해묵은 셰익스피어와 윌리엄 블레이크, 전설이 된 비틀즈까지 동원해 21세기 문화상품으로 활용하며 문화강대국임을 다시 한 번 자랑하는데, 이미 문화의 시대이자 글로벌 시대인 21세기 2012년 8월, 왜 다시 이 부끄러운 문화상실의 역사가 제주에서 반복되려 하는가?<이선화·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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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루방 2012-08-20 14:53:21
먹고살만한 사람들은 문화, 예술 등을 외치고 있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특별함이 앖는 작품을 몇몇 사람들이 철거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반드시 철거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정에 따라서.........

돌하루방 2012-08-20 14:53:18
먹고살만한 사람들은 문화, 예술 등을 외치고 있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특별함이 앖는 작품을 몇몇 사람들이 철거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반드시 철거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정에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