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갤리리 카사 델 아구아’와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행정과 부영은 철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힘을 실어준 건 법원이었다.
‘카사 델 아구아’는 제주라는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 그런데 이 갤러리를 지키려 하는 이들은 아직 제주엔 없다. 공평아트센터가 전시회를 연장(본보 7월 31일자 보도)하면서 ‘카사 델 아구아’를 지키려 애를 쓰고 있고, 1일엔 한국건축가협회도 나섰다. 한국건축가협회는 공식적으로 ‘카사 델 아구아’ 철거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제주에 적을 둔 이들이 아니다. 그래도 철거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있기에 반갑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씨와 전화를 시도했다. 그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국제적 망신이다”며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승효상은 제주와도 깊은 인연을 두고 있는 건축가다. 현재 제주도경관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때문에 그는 제주에 어떤 건축물이 있어야 하고, 어떤 건축물이 불필요한지를 더욱 잘 안다. ‘빈자의 미학’으로 더 잘 알려진 그에게 ‘카사 델 아구아’는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허물면 안돼요. 국제적 망신이죠. 레고레타라는 인물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주도가 두고두고 그에게 감사해야 할 일인데, (철거는) 굴러온 복을 차는 멍청한 짓입니다.”
기자가 ‘카사 델 아우아’에 대해 묻자 그에게서 곧바로 돌아온 답이 이렇다. 그는 덧붙여 ‘철거’ 얘기를 꺼내는 이들을 향해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혹평을 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의 한 사람인 승효상. 그의 목소리에서 이런 혹평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건축은 문화인데,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논쟁 자체가 절대 문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엔 기념비적인 건물이 많다. 그 가운데 ‘파빌리온’이 자리한다. 파빌리온은 독일의 거장인 미스 반 데 로에(흔히 ‘미스’로 부름)의 작품이다. 미스는 192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엑스포 때 활용할 독일관으로 이 건축물을 설계했다. 아쉽게도 이 건축물은 이듬해 헐렸으나 1980년대 되살아난다.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지만 이렇듯 서구에서는 가건물에도 가치를 부여한다.
미스의 작품이 되살아난 건 가설건축물에도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문화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카사 델 아구아는 철거대상이 아니다'라고 외쳐도 말이 통하질 않는다.
건축사 승효상은 “가설건축물도 세계적인 유산이 된다. 바르셀로나를 가 보라. 그 건물을 보러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카세 델 아구아’의 철거를 “야만적이고 반문화적인 행동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경관관리위원회에서 카사 데 아구아를 다룰 문제는 아니지만 의견을 모아보겠다. 건축계에서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회 이선화 의원도 ‘카사 델 아구아’ 철거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선화 의원은 “우근민 지사는 제주도를 세계화시키겠다면서 글로벌 기치를 내걸고 있다. 도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정은 문화관광의 가치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 공부를 하지 않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