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희망프로젝트팀장 정윤창
2012년 7월 5일 오후7시 스웨덴 고틀란드섬 비스뷔시(市). 에메랄드 발트 해변을 마주하며 힘껏 분수를 뿜어대는 연못을 끼고 있는 넓은 알메달렌 공원 녹색 잔디광장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5000여명의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임시로 마련한 중앙무대 단상 위에선 스웨덴 자유인민당 얀 뵈르크룬드(Jan Bjöklund) 당수가 가벼운 노타이 차림으로 감청색 자켓 소매를 팔꿈치까지 감아올리고 정책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인종 차별, 교육 정책, 친환경 문제, 핵 반대의 필요성, 실업과 청소년 대책, 유럽경제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한 40분간의 연설 도중 청중들로부터 수차례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발 디딜 틈 없는 공원에 들어서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인근에 마련된 대형 방송 모니터를 통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연설에 귀 기울였다. 주변에선 방송 등 각종 언론미디어들의 취재 열기로 분주하다. 정치 축제인 스웨덴 2012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일면이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동남쪽 뱃길로 3시간 가량 가다보면 발트해 중앙부에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멋들어진 커다란 섬 하나가 있다. 면적으로는 두 배지만 천혜의 자연경관을 겸비한 휴양지라는 이미지로 제주도와 유사한 스웨덴의 보물 고틀란드(Gotland)섬이다.

특히 섬의 관문인 비스뷔 시(市)는 많은 중세 성곽과 교회 등 중세문화 유적지가 산재해 있어, 1995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유서 깊은 중세역사 문화의 도시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섬 규모에 비해 작은 인구 6만5천여명이 거주하는 조용한 섬 고틀란드. 하지만 매년 7월이면 900만 스웨덴 국민의 이목이 이 곳으로 집중하며 섬 전체가 들썩인다.

1968년 여름 집권당인 사회민주당 대표 초청강연회 행사가 이곳 알메달렌 공원에서 열리게 된 게 인연이 되어 매년 강연회로 이어오다가 1982년부터 정치 축제란 테마를 갖고 매년 7월 첫 주를 '알메달렌 정치 주간'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한 스웨덴 정치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통과 합의의 민주 정치 교과서 스웨덴을 탄생시킨 모체인 셈이다.

7일간 열리는 알메달렌 정치 주간에는 여․야 관계없이 스웨덴의 7개 정당이 1일 각 정당의 날로 정해 정당 대표 연설 등 중앙과 지방에서 활동하는 각 정당의 유력한 정치인들, 다양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 각종 이익단체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누구나 참여하여 소통의 정책 토론을 펼친다.

길거리건 카페건 잔디광장이건 부스 안에서건 어디든 상관없이 모든 장소에서 토론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선상에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토론이 존재한다. 참여 사람들로 비스뷔 시(市) 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루면서도 질서가 눈에 보인다. 그것은 그들의 30년 노하우다.

이곳에선 찬반 토론이 아닌 브레인스토밍이다. 일주일 동안 외부에서 참여한 연인원 10만 여명에 달하고, 100여명이 넘는 국내외의 정치 담당 언론인들에 의해 이곳에서 행해지는 일주일간의 중요 정치 이슈들을 국민들에게 생생히 전달된다. 축제 주간 내내 방송 뉴스의 메인을 차지했다. 고틀란드 섬이 뜨는 이유다.

일주일간의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페스티벌이 인구 6만의 조용한 섬 고틀란드에 끼치는 경제적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섬이라는 잇점으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숙박시설, 식당, 쇼핑센터, 지역농산품 판매까지 경제적 효과는 고스란히 6만 지역주민들의 주머니를 채운다. 이제는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매년 7월이면 세계가 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 가만히 지켜보면서 고개만 끄떡일 때는 지났다. 세계지질공원,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등 유네스코 3관왕 그리고 세계 7대 자연경관 등 세계가 인정한 천혜의 휴양관광지 평화의 섬 서귀포라는 이미지를 정치 선진화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부정부패 비리, 당리당락에 얼룩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무관심이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되돌아오는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함이 이념간의 갈등을 없앤 정당간의 소통, 시민단체와 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터를 만들어, 국민적 정치 신뢰 회복과 한국 사회의 미래 정책을 창조하는 혁신 난장터가 필요한 이유다.

'2012 알메달렌 정치 페스티벌' 현장에서 휴양을 겸비한 정치 평화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서귀포시를 상상해 보는 것이 꿈만은 아니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