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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편법 동원한 개발사업, 사과 한 마디 없는 제주도정
갖은 편법 동원한 개발사업, 사과 한 마디 없는 제주도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2.07 0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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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청암영상테마파크 개발사업 승인 취소로 되돌아본 제주도의 무책임한 행정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도내 환경단체들과 숱한 마찰을 빚었던 묘산봉관광지구 내 청암영상테마파크 개발 사업이 결국 장기간 미착공으로 사업 승인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제주도가 2월 6일자로 개발사업 시행승인 취소 처분을 내린 청암영상테마파크 개발 사업은 대표적인 행정의 편법 개발사업 승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태왕사신기 드라마세트장 착공이 이뤄지던 지난 2006년 2월로 돌아가보자.

분명히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률에는 평가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공사를 금지한다는 ‘사전 공사 시행 금지’ 규정이 있다. 하지만 당시 제주도와 북제주군은 태왕사신기 드라마 세트장을 짓는 과정에서 국토이용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 변경 허가를 받을 경우 공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산지전용허가를 내줘 편법으로 공사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당시 환경단체들은 사업자측이 지구단위계획 변경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공사를 시작했다며 무조건적으로 개발사업자의 편의만 봐주면서 불법을 묵인해주는 행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환경단체들과 일부 언론의 수차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세트장 공사가 시작된 것을 시작으로 인근 묘산봉관광지구에 대한 개발 사업이 본격화됐다.

더구나 이후 행정은 아예 노골적으로 세트장 성벽 주변 해자에 물을 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업자측이 요구한 지하수 개발 허가까지 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여가며 철저하게 사업자의 편에 섰다.

당시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이 지역이 각종 희귀식물과 멸종위기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개가시나무, 순채, 물부추 등 희귀식물의 자생지였던 곳이다.

행정은 한류 열풍을 빌미로 “일본 관광객들이 공사 현장까지 찾아오는 데다 촬영 시기가 임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궁색한 변명에 급급하기만 했다.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제주,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올인’해 타이틀을 따낸 것을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제주도정에 묻고 싶다.

각종 타이틀 따기에만 몰두하면서,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갖은 편법을 동원해가며 제주의 자연 훼손을 부추긴 결과를 보면서도 아무 느낌이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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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진짜 가치는.. 2012-02-07 13:22:27
앞뒤 생각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도정의 행태를 기자님이 통쾌하게 지적했네요. 제주의 가치는 겉포장이 아니라 환경을 지킬 때만이 최고의 가치를 지님을 잊지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