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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중학교 배정 문제 “편부모 가정엔 눈물만 가득”
반복되는 중학교 배정 문제 “편부모 가정엔 눈물만 가득”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1.29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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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주권 학생 122명 한꺼번에 먼거리 있는 탐라중 배정
“여중 신설하든, 어려운 가정 우선 배정하든지 해야” 지적

신제주권 초등학생들이 거주지내 중학교가 아닌 먼거리에 있는 중학교에 배정되는 문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도지구에 위치한 탐라중.
우린 돈이 없어서 이사를 갈 형편도 되지 못해요. 이 자리에 살아야 하는데 3월부터는 집과는 멀리 떨어진 중학교에 가야 하는 자체가 고통이 됐어요.”

지난 27일 제주시교육지원청이 2012학년도 제주시중학교 신입생 전산배정 결과를 발표하자 이같은 민원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속칭 신제주권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가운데 122명이 멀리 떨어진 탐라중으로 배정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신제주권 초등학교는 한라초를 비롯해 노형초, 백록초, 신제주초, 월랑초, 외도초, 도리초, 해안초, 도평초등학교 등 9개 학교다.

더욱이 3월 개학과 더불어 신제주 지역 여학생들의 불편이 예고되고 있다. 신제주권에 여자중학교가 없기 때문에 수년전부터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탐라중학교에 배정된 신제주권 학생들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지난해는 남녀를 합쳐서 88명의 신제주권 학생들이 탐라중에 배정됐으나, 올해는 여학생 97명을 포함해 122명이 신제주권 출신이다.

신제주권에서 탐라중으로 배정된 97명의 여학생들 가운데는 어려운 가정이 많다는 점에서 학교 배정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탐라중에 배정된 A학생의 가정은 편부모다. A학생은 편부모 가정에서 초등학생인 남동생을 보살펴야 하지만 먼 중학교로 배정되면서 남동생 관리가 어려워졌다.

B학생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생활하는 등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이렇게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탐라중에 배정되면서 가정문제가 심화되는 건 물론, 통학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지게 됐다.

A씨는 대한민국이 교육복지를 내세우지만 정작 어려운 이들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다. 편부모나 조부모 가정은 거주지를 이전하려고 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학교를 우선 배정하는 게 제대로 된 교육복지가 아니냐며 항변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엔 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편부모나 조부모는 우선배정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우선배정은 체육특기자나 국가유공자 자녀, 장애 학생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못을 박고 있기에 우선배정 대상을 확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주도가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중학교 입학 때 거주지 우선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제주도는 초등학교 인근이 아닌 먼 거리에 있는 중학교에 배정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 지역은 인근 중학교에 초등학교 졸업자를 배정하려고 해도 지역별로 초-중 인원의 극심한 격차로 인해 거주지 우선 원칙은 생각지도 못한다. 이렇게 된 데는 제주시 일부 지역의 초등학교 과밀화와 거대화를 방치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큰 학교는 키우고, 작은 학교는 작게 만들면서 빚어진 현상에 다름 아니다.

신제주권의 초등학교 과밀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여자중학교는 없다. 초등학교는 키울대로 키워놓고선 이 문제를 대체할 중학교를 만들지 않으면서 문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 역시 빚어질 문제다.

편부모나 조부모 가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당국 만들어낸 초-중 인원 불균형은 고스란히 어려운 이들이 안고 가야 한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어려운 이들이 교육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법을 고치든지, 신제주권에 여자중학교를 신설하든지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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