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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교장 개편에 앞서 어린이를 먼저 생각하라”
“분교장 개편에 앞서 어린이를 먼저 생각하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12.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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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도교육청-도의회간의 힘겨루기 희생양은 결국 학생들

교육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는 데는 당장의 가치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백년대계라고 부를 때의 교육은 광의의 의미로서 개인보다는 국가를 지향하는 점이 강하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향하는 교육은 현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을 다시 보자. 교육은 흔히 말하는 교육주체끼리의 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교육당국과 학부모-학생간의 3자의 연결고리가 물 흐르듯 해야 한다. 교육이 입방아에 오르는 건 바로 이 3자의 연결고리가 틀어질 때다. 여기에다 지역사회까지 포함하면 4자간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춰져야 교육은 아무런 탈 없이 돌아간다.

최근 제주 교육의 이슈 가운데 소규모 학교가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정부의 추진정책에 따라 소규모 학교를 없애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그 주변에서는 그런 모양새에 대한 반기를 들고 있다.

지난 22일 수정 의결된 제주특별자치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들여다보면 교육이 왜 중요한 지를 읽게 된다. 논란은 작은 학교인 수산초등학교와 풍천초등학교, 가파초등학교 등 3개 학교를 본교에서 분교장으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도의회는 내년 분교장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데다, 조례마저 수정 의결해 3개 학교의 본교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도의회는 왜 반대했을까.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맞는 말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설명회가 파행을 겪었고, 지역 주민들은 1년 유예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도교육청은 강행했을까. 나름대로의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2013년까지 6개 학교를 분교장으로 개편한다는 목표 아래 2012학년도부터는 3개 학교에 대해 우선 분교장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그렇고, 도의회도 그렇다. 교육의 4개 주체 가운데 가장 핵심인 학생이 없다. 학생을 잘 키워야 국가가 의도로 하는 백년대계가 완성된다. 하지만 도의회와 교육청간의 싸움에선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그렇다면 논의는 다시 해야 한다. 이는 단지 분교장 개편의 문제가 아니다. 최상의 선택은 본교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정책상 불가능하다. 본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 줄어드는 학생수를 바라보면서 본교만 유지하려는 것은 학생을 제외한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다.

최상의 선택이 아니면 차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럼, 차선의 선택은 뭐가 돼야 할까. 분교장일까? 분교장은 구시대의 몫이다. 교통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분교장은 필요했을지 모르나,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다.

상공에서 바라본 풍천초등학교 일대.
분교가 아닌 분교장을 선택할 바에야 학생들을 위해 더 나은 길을 터주는 게 낫다. 수산초등학교와 동남초등학교의 거리는 4가 채 되지 않는다. 자동차로 10분 이내의 거리다. 풍천초등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은 표선초등학교다. 풍천초등학교가 성산읍, 표선초등학교가 표선면이라는 읍면 경계를 뛰어 넘어야 하지만 초등학교엔 그런 개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표선초등학교와 풍천초등학교는 불과 2에 지나지 않는다.

이젠 어른들이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분교장이 안 되게 할 것이라면 본교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납읍초등학교를 살려낸 지역 주민들처럼 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바에야 어린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지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분교장 격하보다는 어린이들이 꿈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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