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맞아 죽은 시체들을 지나가야 했던 그 끔찍함, 생사의 갈림길에서 불안에 떨던 그 생생한 지옥 같은 고통,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 울던 아이들의 모습, 모든 것이 파괴되어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들은 보릿고개가 없어지기까지 열심히 일했다.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가난한 나라, 굶주린 가족들을 위해 외화벌이에 나서서 잘 살아보자는 마음뿐이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탄가루 마셔가며 위험을 무릅쓰고 죽을 고생을 한 것, 고국이 그리워서 밤마다 울면서도 가족들 때문에 참고 견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열심히 일하면 나라가 잘 살 것이라는 기대가 잠재의식처럼 박혀 앞만 보고 일만 했고 그로 인해 1970년대 경제 부흥을 가져왔다.

우리 후손들만큼은 떳떳하게 잘 살게 해주려고, 부모 세대처럼 무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는 내 눈 앞에서 내 혈육이 굶어 죽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러다보니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힘들 때 술 마시며 기분을 푸는 음주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해에 있었던 천안함 사태, 그리고 10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을 하늘로 보내며 오열하던 유가족들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짠하고 멍하다.

“아버지, 저 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는 전화 한통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시는 군대에 보낸 부모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군대에 보내야 하는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정말 애통하고 안타깝다.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래서 6.25 경험 세대가 사라져 가기 전에, 아직도 우리는 휴전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것, 완전하게 독립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교육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아버지가 먼저 조국에 대해 감사하고, 자녀들 있는데서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긍정적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식 수준이 경제발전 수준을 못 따라간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그러니 다음 세대에게 조국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르게 갖게 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우리에게 조국이 있다는 것만큼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두 가지 얼굴을 보고 싶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머니, 그리고 너그럽고 위엄 있는 아버지의 얼굴!

이는 아마도 우리가 바라는 나라의 모습이기도하다. 하루 빨리 나라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가르쳐서 통일되는 그날을 그려본다.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하여 일동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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