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전 제주4.3을 경험한 후유장애자 중 절반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일명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김문두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29일 오전 10시 제주 네이버후드호텔 16층에서 열린 4.3 63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지난 2007년 제주4.3후유장애자로 심사 결정된 175명 중 사망한 41명을 제외한 134명 가운데 서명에 참여한 70명을 대상으로 했다.
사회인구화적 설문지를 통해 일상생활척도와 사회적 지지척도, 우울척도, 스트레스척도,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철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5.7%가 평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2.4%는 지난 1년간 ‘우울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경도를 분석한 결과, 38.6%는 ‘잠재적 스트레스군’, 60.0%는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희망을 묻는 질문에는 절대다수인 82.4%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중 14.5%는 병원을 찾아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트레스를 해소는 음주로 이어졌다. 설문조사를 통해 김 교수는 응답자의 95.6%가 알코올 의심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판단했다.
김문두 교수는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후유장애자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경우는 우울증으로 경과가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치유는 궁극적으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사회경제적 지원과 정서 및 건강에 대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문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장은 “스트레스가 정신의학적 증상으로 남아 있는 가에 대한 규명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확한 정신의학적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광주민주화 항쟁에 비해 제주4.3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더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며 “국가 폭력에 의한 외상의 개인 치료를 사회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