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정당후원 고의숙 교사 "교사로서의 삶 지켜달라"
정당후원 고의숙 교사 "교사로서의 삶 지켜달라"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10.25 10:5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납부한 혐의(공무원법 위반)로 검찰에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이달말까지 완료하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시달하면서 전교조가 또다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당후원 교사 중 한명인 00초등학교 고의숙 교사가 교사들에게 보내는 착찹한 심경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전교조 제주지부 사무처장을 맡아 일했었는데, 시국교사을 주도한 혐의로 '정직' 징계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휴직을 했다가, 지난 9월1일 교단에 복귀했다.

이번에 또다시 징계를 받아야 할 처지에 몰린 그는 "중징계는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고 교사는 "지난 9월1일 제 소망이던 복직이 이뤄져 너무나 감사해서 세상의 모든 일이 기쁘고 즐거웠다"며 "기소도, 피고인도, 정직도 모두 잊고 아이들만 생각하며 지내 매일 출근길이 설레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교과부가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고, 제주도교육청이 29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지난 주말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지옥을 경험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정당에 낸 후원금은 2006년에는 합법적이었던 것으로, 사회단체에 기부금내듯 자동이체됐던 금액 월 5000원씩, 2만5000원"이라고 설명한 그는 "법이 바뀐 줄도 모르고 이체되는 줄도 잊고 있어 생각조차 나지 않는 사안을 계좌추적해서 정치활동을 했다며 검찰에 기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르치던 아이들을 놔두고 영원히 학교 현장에서 나가라니 해임과 파면이라는 중징계는 제 상식으로는 아직 받아들이기가 어렵고도 힘든 일"이라며 "다른 시.도교육청의 몇몇 교육감들이 법원 판결 이후로 징계를 유보하겠다고 밝혀 다시 희망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교과부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는 교육청의 입장이 변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교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징계 방침이 철회돼 교사로서의 삶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미디어제주>

 

[전문] 고의숙 교사의 편지

 

존경하는 선생님께

저는 00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고의숙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선생님보다는 모르는 선생님이 더 많을텐데.....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을 더 분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여러 걱정이 앞서면서도 급한 마음에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게 지난 주말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지옥을 경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10월29일, 이번 주 금요일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그 자리에서 징계를 의결하고 교과부의 방침대로 ‘배제징계(해임, 파면)’예정이라는 소식은 주말 내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혼돈과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또, 같은 징계 대상자인 삼양초등학교의 김명훈 선생님은 각각 2009년 전교조제주지부 사무처장과 정책실장의 일을 맡아 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생활하다가 전임 휴직을 하고 전교조 일을 하는 것을 두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일 또한 우리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그리고 내가 필요한 자리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사회 각 계 각 층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두고 우려와 걱정의 시국선언이 이어졌습니다. 교육계에서도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이 너무나 심하여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제풀이에 지쳐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교사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전국의 3만여 가까운 선생님들이 참여한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제주도교육청의 고발에 의해 저는 난생 최초로 검찰에 기소되었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결국 징계위원회에서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다시, 정당에 후원금을 낸 것으로 검찰에 기소가 되었습니다.
월 5,000원씩 그것도 2006년에는 합법적이었던 것, 사회단체에 기부금내 듯 그렇게 자동이체되었던 금액, 법이 바뀐 줄도 모르고 이체되는 줄도 잊고 있었던 돈, 25,000원... 저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 사안을 계좌추적해서 정치활동을 했답니다. 그리고 아직 재판중입니다.

제 생애에 제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경험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휴직 중이었던 제게 가장 큰 소망은 9월1일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망이 이루어졌던 복직!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복직되는 날, 너무나 감사해서 세상의 모든 일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먼 곳에 발령이 나도, 제게 무엇을 맡겨도 감사했습니다. 어느 학년을 주셔도 고마웠습니다. 어떤 학부모를 만나도, 어느 날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도 그 즐거움을 그 감사함을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매일 출근길이 설레임이었습니다. ‘기소’도..‘피고인’도.. ‘정직’도 모두 잊고 아이들만 생각하며 지냈던 날들입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려고 그동안 시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고 이상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배제징계’라니요...
가르치던 아이들을 놔두고 영원히 학교 현장에서 나가라니요.. 입가를 맴도는‘해임’과 ‘파면’은 제 상식으로는 아직 받아들이기가 어렵고도 힘든 일입니다.

교직경력 20여년!
의욕과 열정만 앞서서 좌충우돌하기도 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교사로서의 저를 성장시키고 인생의 보람을 만들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앞으로 그 시간들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절망감은 상상만으로도 이 월요일 아침에 아이들 얼굴을 바로 볼 수 없는 슬픔입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다시 희망을 생각합니다. 다른 시도교육청의 몇 몇 교육감님들께서 ‘배제징계하지 않겠다’, ‘법원 판결 이후로 징계를 유보하겠다’고 밝히셨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제주에서도 2차 징계위에서 징계를 유보했습니다. 그 후 어떠한 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다시 법원 판결 이후로 유보될 거란 믿음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교사로서의 삶을 지켜주십시오.
저는 아직도 교과부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는 교육청의 입장이 변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부족했던 부분, 질책 받을 부분은 언제나 겸허하게 듣겠습니다. 그러나 교사를 그만두어야한다는 ‘배제징계’의 방침은 철회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월요일 아침, 이 귀한 시간에 직접 만나뵙지도 못하면서 염치없이 드린 긴 글을 읽어주심에 무엇보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행복한 하루되시길 기원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고의숙  드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새옹지마 2010-10-26 14:15:38
법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서는 안될일을 하고서 궁색한 변명으로 모면하려 하는가
법을 어기고 몰랐다는것도 말도 안돼며 그러하다 해도 법은 반드시
신상필벌이 적용되어야 함 선처는 안될말

산폭도 2010-10-25 17:05:52
산폭도들이 지금 있었으면 좋아할까 싫어할까 ?

아직도 교직은 존경 받는 성직이라고 믿고싶은 자들만이 뒤 떨어진 삶을 사는 자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