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감귤출하연합회가 가장 작은 크기의 감귤을 의미하는 '1번과'를  올해산 노지감귤부터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공식 건의함에 따라 제주도가 이의 여론수렴에 나선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이 방안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1번과의 상품화 추진은 정책 추진의 일관성 상실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탐대실' 식으로 작은 욕심을 내다가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란게 그 이유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위원장 좌남수)는 6일 오전 10시 제주자치도 친환경농축수산국으로부터 '비상품 감귤 1번화 상품화'와 관련한 현안 사항을 보고 받았다.

선과망 크기 51mm인 1번과 감귤은 지난 2003년 비상품으로 분리돼 출하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번과의 당도가 높아 소비자로부터 선호를 받고 있어 감귤출하연합회 등에서는 이의 시장 출하를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안 사항 보고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구성지 의원은 1번과의 상품화에 따른 '소탐대실'의 우려를 피력했다.

답변에 나선 강관보 친환경농축산국장은 "농산물 공급량이 소폭적으로 변동하더라도 그에 수반된 가격변동은 대폭적으로 이뤄진다는 '킹의 법칙'에 따르면, 2000년도에 수확량이 10% 늘었을때 가격이 45%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구 의원은 "그렇다면 지난해 생산량 중 1번과의 5만톤은 약 8.5%인데, 이 수치가 총 생산량에 포함됐을때 가격이 약 35%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1번과의 지난해 총 가격인 270억원이 아까워서 상품화한다고 하면 작년 3535억의 조수입 중 1000억원을 손해보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구 의원은 1번과가 상품화되면 모든 감귤 시스템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1번과와 9번과를 비상품 처리하면서 감귤에 대한 모든 시스템을 2번-8번으로 맞춰놓았다"며 "이 시스템이 정착되어가고 농민들도 1번과는 비상품으로 팔아야 한다고 인식되면서 점차적으로 각인되려 하고 있는데, 다시 1번과를 상품화한다고 하면 지금까지 다져왔던 기틀이 전부 흔들려 버려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열린 '감귤 1번과 상품, 비상품 토론회'에 대해서는 "1번과 9번과 제외하겠다는 것은 수차례 학계, 시민, 농민과 얘기됐던 것인데, 지금 시점에 의견을 묻겠다고 토론회하는 자체가 무성실한 처세"라며 "출하연합회로부터 그런 건의가 들어왔더라도 안된다고 회신해서 아예 이런 토론 자리를 만들지 말았어야 옳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관보 국장은 "정책의 일관성, 유통체계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토론회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은 공문으로 건의받은 부분이고, 의견도 분분하기 때문에 참고적으로 의견 정리하고 나가야겠다는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하민철 의원은 1번과 상품화 논의가 나옴에 따른 농민들의 혼란을 우려했다.

하 의원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2007년을 빼고는 아무런 탈 없이 적정 생산되어 오지 않았냐"며 갑작스레 1번과, 9번과 상품화 논의가 나오게 된 동기를 물었다.

이에 강관보 국장은 "적정 생산 기준에서 2007년을 빼고는 적정 생산이 이뤄져 온 것은 사실이나, 올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농협장들이 1번과 상품화에 대해 주로 거론했고, 출하연합회에서도 공식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지난 9월16일 열린 도정질문에서 우근민 지사는 '감귤 상품은 크기보다 맛이 좋아야 한다. 1번과를 상품으로 전환하면 농가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었냐"며 "그런데 지난 4일 1번과 상품화에 대한 토론회를 하면서 농가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을 대신해 답변에 나선 강대성 감귤정책과장은 "1번과 상품을 유통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러한 것을 안된다는 쪽으로 유지해 왔다"면서 "다만 이번 출하연합회에서 공식 건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신중을 기하기 위한 차원에서 토론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하 의원은 "혼란을 주지 말고 꾸준하게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자, 강 과장은 "앞으로 정책 결정을 확고히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방문추 의원은 제주도 당국에 감귤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방 의원은 "출하연합회 건의를 빌미로 1번과 상품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며 "정책이라는 게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 감귤 생산량이 줄었다고 해서 이를 무너뜨려버리면 다음 과잉생산됐을때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대해 강관보 국장은 "그런 절차처럼 비춰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내부 수순을 밟는다던지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며 "정책 일관성, 소신, 기본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신중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토론회를 통해 농가의견을 수렴한 제주특별자치도는 5일부터 9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이 결과에 따라 1번과의 출하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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