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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사의 달인', "보통 사람은 이런 인사 못해"
'역시 인사의 달인', "보통 사람은 이런 인사 못해"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8.13 12:3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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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김태환 전 지사 기자간담회, 거침없는 '패러독스'
"'4대 위기론' 말 3번 들었다...인내심 많이 필요했다"

지난 6월30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김태환 전 제주지사가 13일 한달여만에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새로운 도정에 대한 거침없는 '패러독스', 역설적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낮 제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퇴임 후 처음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차분한 어조로 퇴임 후 근황과 관련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간담회 말미에 김 전 지사는 작정한 듯, 민선 5기 도정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못하는 '최고의 인사'"

첫 서두발언이 끝난 후 식사를 하던 김 전 지사는 지난 우근민 도정의 첫 정기인사 얘기를 꺼내들었다.

"이번 인사는 정말 잘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 전 지사는 "전문가가 아니면 못하는 인사"라고 역설적 화법을 사용하며 인사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김 전 지사는 "인사의 달인처럼, 보통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인사"라며 "최고의 작품을 만든 인사였다"고 평한 후, "아마 도민들도 박수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은 앞선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못하는'이라는 표현 속에서 자신의 상식과는 맞지 않는 인사였음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인사와 관련한 얘기를 마무리하면서, 김 전 지사는 "얼마전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는데, 번개가 안쳤길 다행이지 만약 번개가 쳤다면 낙뢰가 있었을 것":이라며 "번개치면 조심해야 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알송달송한 비유를 들었다.

#"4대 위기론 많은 인내심 갖고 3번이나 듣고 또 들었다"

우근민 도정의 '4대 위기론'과 관련해서는 노골적으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전 지사는 "4대 위기론에 대해 저는 3번씩이나 인내심을 갖고 들어야 했다"면서 "역대 전임 지사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한 취임식장에서 들었고, 그리고 도의회 개원식에서도 들었다. 개원식이 끝난 후 이어진 다과회에서도 들었다"면서 "3번이나 들으면서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는데, 자꾸 그 얘기가 나오고 나오고 하면서 저도 인내를 갖고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귀에는 엄지손가락이 안들어가더라"라는 의미심장한 표현으로 '4대 위기론'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 그는 "왜 제주에 비전이 없나? 국제자유도시로 가는 것 아니냐?"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도, "우리 제주가 언제 재정이 넉넉한 적이 있었냐"면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본 사무라이 펀드(해외채)를 제 임기 때 모두 갚고 하면서 꾸려왔다"면서 4대 위기론을 내세워 전임 도정에 대해 비판이 가해지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피력했다.

#"제주만 가질 수 있는 제도, 영원한 것은 없다"

영리병원 도입 등 제주현안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현 도정의 입장을 꼬집었다.

이 부분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뤄진 것인데, 김 전 지사는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현 도정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떠난 사람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만, 우리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제도,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의 제도로만 도입하는 조건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는 우근민 지사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문제는 얼마나 빨리 그 제도를 선점하는데 있다"면서 "빨리 선점해 앞서 나가야, 뒤늦게 도입한 도시보다 몇미터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 선점효과를 극대화하는게 중요한데, 영리병원은 당장 시행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도를 도입한 후, 시행시기는 도조레에 의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지노 문제는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를 거치는 여론 수렴의 과정에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도의회에서 영리병원과 카지노 핵심조항에 대한 동의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새로운 도정에서는 그에 따라 신중한 결정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너 그것도 못하냐, 이런 것도 못하냐는 질책 바람직스럽지 못해"

김 전 지사는 '칭찬'과 '격려'의 분위기가 인색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전 지사는 "제주사회에서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데, 자꾸 억누르고 다운시켜 버린다"면서 "너 그것도 못하냐, 이런 것도 못하냐 하는 것들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를 존중해주고 칭찬해주고 해야 지역사회 분위기가 아우르는 분위기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 역시 전임 도정에 대한 비판 일색인 우근민 도정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현 도정 확실하게 돕겠다"

앞서 모두발언에서 김 전 지사는 "훌륭하신 우 지사께서 도정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언론이 잘 협조해달라"면서 "저도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됐기 때문에 할 얘기는 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도정에서 우 지사는 여러번 지사를 지내고, 도정 경험이 많기 때문에 훌륭히 해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만 제가 6년간 도지사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 16개 시.도가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발언의 의미가 현 도정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결정을 염두에 둔 것임을 추측케 했다.

김 전 지사는 "(우 지사가) 도민사회에 베풀 것은 베풀면서, 잘 아우르며 도정을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다"며 "현직 지사가 하시는 일에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확실하게 돕겠다"고 말했다.

1시간 가량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무수히 많은 역설적 화법으로 입장을 표출하면서, 전임 도정과 현 도정간의 미묘한 입장차이를 느끼게 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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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건 2010-08-14 00:01:32
인사는 우지사가 단연 최고지요
거의 달인의경지에 있지요
패러독스 구사수준도 일품
오랫만에 비판다운비 판에 속이시원하네

니가 그럴자격이 2010-08-13 14:44:50
자숙하시고 반성하시고
자신을 돌아 보심이

多人反史 2010-08-13 14:32:07
판단은 역사의 몫 !
살인, 약탈, 학교까지 불 지른 산폭도도 세월 가니 희생자가 되는 세상

조용히 2010-08-13 13:28:45
자기 변병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