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2:01 (금)
'지사님 숙제', "내가 쓴게 원하는 답 맞아?"
'지사님 숙제', "내가 쓴게 원하는 답 맞아?"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7.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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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도정 제안서' 제출시한 임박, 공직사회 '전전긍긍'
"제출시안에 맞춰 써내긴 했는데, 이게 맞는지..."

우근민 제주지사가 취임 후 첫 시달한 '도정운영 제안서' 제출시한이 15일로 마무리된다.

이미 상당수 공직자들은 제안서를 실명으로 작성해 행정기관 로비에 마련된 '접수함'을 통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적어서 낼 내용을 감잡지 못해 망설이는 공무원들도 많다.

이번 도정운영 제안서는 제주도청 뿐만 아니라 행정시와 읍.면.동까지 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도청과 행정시, 읍면동에는 '도민이 행복한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한 공무원 제안서 접수함'이 설치돼 제안서를 접수받고 있다.

이미 써서 제출한 공무원들은 물론, 아직 써내지 않은 공무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제출한 내용이 '지사님께서 원하시는 내용'인지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제안서에서 기재할 내용은 '도민이 행복한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고 돼 있지만, 실명으로 써서 제출하면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고 말한 대목이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후련한 글을 쓸 기회를 주겠다"면서 우 지사가 시달한 '제안서 요지'는 제주도가 잘되기 위한 정책방향 및 과제, 도정운영 시스템에 관한 내용, 공무원 복지, 제주도가 고쳐야 할 답답한 인사방법, 개인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 등이다.

마음 내키는대로 작성해도 좋다는 덧붙임도 있었으나, '무덤까지 갖고 갈' 철저한 비공개라는 말에 공무원들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우 지사는 "도지사가 보고 나서 파쇄하고 누가 무슨 글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무덤 갈 때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 지사의 주문사항을 면밀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아이디어 공모 차원의 제안서는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안서'라기 보다는 '투서'의 성격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하는 공무원들도 많다.

대부분 제안서 제출요구에 화답하기 보다는 난감해하는 반응들이다. 안좋은 관행이나 주변 상하 공무원들이 잘못한 일 등을 모두 꼬질러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14일 오후, 취재진이 이미 써서 제출한 공무원들에게 어떤 유형의 내용을 써서 냈느냐고 묻자, '소관업무 발전방향'과 관련한 내용이었다고 대답했다.

제주도청 A과장은 "도정발전을 위한 제안서라는 주목해서 소관업무와 연관된 개선사항을 적어서 제출했다"면서도, "이것이 맞는지 틀린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B사무관은 "행정시스템에 도입해보면 좋음직한 아이디어를 써서 냈다"고 말했다.

반면 전날까지도 아직 써내지 못한 사업소의 한 공무원은 "형식과 분량 자유롭게 해서 내라고 하니 더 헷갈린다"고 푸념했다. 그는 "시스템상에서 있었던 문제나, 종전 잘못된 행정문제를 꼬집으라고 시달한 것 같은데 어떻게 써야할지..."라며 난감해했다.

15일 마감되는 도정운영 제안서. 공무원들이 써낸 답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글들은 우 지사가 원하던 것과 같은 맥락일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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