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평생 잊지 못할 하루
평생 잊지 못할 하루
  • 배태환
  • 승인 2010.07.14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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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배태환 (사)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

지난 7월 5일(월)이다. 한라산 중턱 ㅂCC에서 연예인친선 골프대회가 개최되었다. 평상시에 보지 못한 많은 연예인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가슴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골프가 일반들에게도 대중화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나의 좌우명인 용감하게 살자! 처럼 어쩌면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는 결심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골프장에 도착했다. 골프 가방을 차에서 내리자 왠지 긴장감은 더해만 갔다. 수십 대의 카트가 대회 참가자들을 태우고 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고, 많은 선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가 타고 갈 카트 옆에 낯설지 않은 남자 한 분이 서 있다. 직감으로 나랑 같은 조로 골프를 치실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자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분과 함께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우리를 태운 카트는 골프장으로 출발하였다.

잠시 후, 카트가 멈추고 캐디가 한마디 한다. “여기가 시작하는 1홀입니다.” 매너 좋게도 그분은 나에게 먼저 티샷을 하라고 권한다. 나도 질세라 먼저 티샷을 하시라고 했더니 그래도 나에게 먼저 티샷을 하라며 양보하는 게 아닌가. 이쯤 되면 더 거절하는 것은 결례일 터 내가 먼저 칠 기회를 얻었다. 나의 티샷을 시작으로 해서 18홀 골프 체험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바깥 운동하기에 알맞은 날씨다. 하지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골프장에서 걸어 다닌다는 것이 평지에서 걷는 것보다 두세 배로 힘이 들었다. 그래도 뒤에 따라온 다른 조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서 힘을 냈다. 골프에 신경 쓰기보다는 걷는 데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18홀을 라운드 하는 동안 한 팔로 골프를 친다는 것은 남들보다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티샷 할 때는 골프 클럽이 내려오면서 왼쪽 팔을 때려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였다. 이날 나는 감히 골프를 쳤다는 표현보다는 골프 체험을 했노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어울릴 듯싶다.

이번 골프 체험은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삶의 무게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웠지만, 앞으로 나의 삶에 있어 소중한 재산이 되어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

골프는 세계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대중적 스포츠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장애인들도 일반인들과 같은 욕구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골프대회처럼 장애인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 제공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장애인들에게도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끝으로, 의미 있고 소중한 골프 체험을 하게 해주신, 서승태 (사)아시아투어프로골프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장님께 감사드리며, 장애인과 함께 해주신 연예인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배태환 (사)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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