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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있는 사람만 오시오?", 도서관은 '그림의 떡?'
"차 있는 사람만 오시오?", 도서관은 '그림의 떡?'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6.25 14:01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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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한라도서관', "버스는 언제쯤?"
여론 뭇매에도 '요지부동'...공영버스 3대 '운행경로' 문제 "텅빈 운행"

전국 최초의 지역대표 도서관임을 내세우며 문화사회 지향의 뜻을 품고 한라산 중턱에 건설된 제주시 오라동 소재 '한라도서관'.

2008년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여 건립한 '지역대표' 도서관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어린이 자료실, 원어민 자료실, 멀티미디어 실, 옥외 매점 등 최신식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라도서관은 훌륭한 시설과 교육.문화 자원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하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개인 차량을 이용해 찾아오거나, 지인의 차를 함께 타고 오는 정도에 그쳤다.

더러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하는 이용객들도 있지만, 2008년 개관 직후부터 2년여가 지나는 현재까지 한라도서관은 차를 소유한 일부 시민들의 '전유물'로 둔갑한 상태다.

# "대중교통은 이용하기 너무 불편해요"

먹돌새기 근처에 살고 있는 김형인(31) 씨는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가끔 자전거를 타고 올 때도 있지만, 버스를 타고 싶을때는 시간에 맞춰 터미널 버스정류장 까지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또 도남동에 사는 박재수(27) 씨는 "도서관을 방문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려면 제주시청에서 출발해도 요금이 5000원 가까이 나와 탈 엄두를 못낸다"고 호소했다.

교통편이 불편해 심지어는 걸어서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들도 있다.

이 날 걸어서 도서관을 방문한 신성여중 고민정(14) 학생은 "도서관 시설이 좋아서 걸어서라도 찾아온다"면서 "버스를 환승해 올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차라리 걸어오는게 더 빠르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이 걸어 온 길목은 난지농업연구소 부터 이어진 오삼로 길. 이 곳은 따로 인도가 조성돼 있지 않다.

게다가 차량들이 속도를 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도로 가를 걷는 이들의 모습은 아찔함을 더한다.

#'공영버스는 있으나 마나?' 이용객 손에 꼽을 정도

현재 한라도서관을 경유하는 버스는 제주시에서 운영 중인 공영버스 3대가 배차돼 있다. 5번 버스 두대와 8번 버스가 한라도서관을 거점으로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운행을 마치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 오는 버스는 쓸쓸하기 그지 없다. 텅 빈 버스는 운영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어떤 날은 하루 14번 운행을 도는데 그 중 4번을 한 명의 손님도 태우지 않고 돈 적도 있다" 공영버스 운전기사 김재윤(49) 씨의 말이다.

문제는 버스의 운행경로의 비효율성으로 손님이 없기 때문.

김 씨는 "운행시간의 간격이 1시간 반에서 길게는 2시간 넘게 벌어져 운행 시간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 때 맞춰 나오는 손님이 아니고서야 이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운행 경로가 애매해 걸어오면 20분이 걸리는 거리가 버스를 타면 50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5번 버스는 한라도서관에서 출발해 '연미-정실-오등-제주여고-시청-중앙로-관덕정-서사로-터미널-보건소'를 경유하고 있다.

가령 멋 모르고 시청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관덕정, 서사로, 보건소를 돌아 무려 1시간 이상 소요돼야 도착하는 낭패를 볼 수 있게 되는 것.

8번 버스의 운행 루트도 '보건소-학생문화원-서해아파트-여상-동문R-관덕정-중앙여중-보건소'를 돌고 있어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여론 뭇매에도 '요지부동'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해 <미디어제주>는 2008년 11월 개관과 동시에 '접근성 불편 해소'를 골자로 한 기사를 보도했다.

또 제주일보는 지난해 6월 한라도서관 접근성을 문제로 삼는 기사와 칼럼을 동시에 게재했다.

이 외에도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 한라도서관의 교통편을 문제 삼으며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했지만, 제주도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당시 제주도는 "한라문화예술회관(현 제주아트센터)이 준공되고 이용객들이 많아지면 교통편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제주아트센터가 완공되고 한 달이 지나가는 현 시점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겠다"는 포부 또한 무마됐다.

이에 제주도 당국은 버스 노선 등을 확충시키고 싶어도 문제는 '예산'이라고 답했다.

제주도 교통과 관계자는 "가뜩이나 적자폭이 큰 공영버스의 노선을 확충시킬 여력이 없다"면서 "버스를 투입해서 사람을 늘리느냐, 사람이 늘어나면 버스를 투입하느냐를 따져야 하지만 이 경우는 둘다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영버스의 노선을 효율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겠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존 노선의 이용객들이 있기 때문에 경로를 변경하면 반대급부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생기게 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한라도서관 교통이 불편한 것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문제가 해결될 시점 또한 하루 이틀 정도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우려가 일고 있다.<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가 독자여러분의 현장취재 제보를 기다립니다.(박성우 기자, 010-2039-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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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경우는 2010-07-02 21:09:55
봉고차를 이용해서 노선을 짧게 짧게 만들어서- 서울의 마을버스처럼요-운행하면 될듯한데요. 효율적이게

주객전도 2010-07-02 21:01:47
직원은 독서하고, 직원이 잡답하고, 이어폰끼고 열심히 공부하다 이용객이 물어보면 방해받는듯한 표정.2~3일 전에 방문했다가 느낀건데요... 내가 내는 세금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학생 2010-06-27 12:25:15
조용하던데 한쪽 공부하는 열람실좀 만들어 줬으면 함

뭔소리 2010-06-25 22:00:29
도서관도 가는 곳만 갑니다. 정이 들었달까.. 책이 어디있는지 정보도 이미 다알고 있고... 새건물 지었다고 다니던 도서관 놔두고 낮설은 도서관 갈까요.. 저희딸은 신제주에서 구제주 학생회관 있는 도서관이나 탐라도서관 다니데요.. 우리 제주사람들 집앞에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지 않는한 진짜 대중교통 이용안합니다. 왜냐.. 지역이 좁아서 정류장 가고 버스기다리는 시간이면 가고싶은곳 가니까요.. 왜 저기에 지어서는..

부적격 도서관 2010-06-25 21:22:01
차라리 제대병원 활용하심이 훨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