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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에 고교 입학?'..."아뇨, 대학 졸업해요!"
'17살에 고교 입학?'..."아뇨, 대학 졸업해요!"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2.04 1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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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희망이야기]④17살에 대학 졸업한 하수연 양

고등학교 입학할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는 여학생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1994년 생으로 올해 17살이 된 하수연 양.

그는 오는 10일 제주관광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고, 같은 날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편입학 시험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또래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편입을 앞둔 이 여학생의 사연이 자못 궁금하다.

5일 전화기 너머로 그의 남다른 학창시절을 들어봤다.

# 검정고시는 아무나 못 해? "제가 해볼게요!"

그에게는 5살 아래의 여동생이 있다.

"언니를 뛰어 넘고 싶어. 나도 언니 대학갈 때 같이 갈래."

그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할 때 쯤 동생이 꺼낸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두 자매의 아버지는 동생에게 "그런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란다. 검정고시라는게 있긴 한데 너는 아직 너무 어리구나. 초등학교는 졸업해야 해"하고 동생을 말렸다.

아버지는 그에게도 검정고시를 권했는데 그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노는게 더 좋아요"라며 권유를 거절했다.

이 때부터 검정고시라는 존재가 그의 머릿속에 숨어있었나 보다.

안덕중학교를 다니던 2007년 10월쯤 어느날 그는 '틀에 박힌 듯 똑같은 학교, 굳이 다닐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에 잠겼다.

그런 생각에 잠길 때쯤 그의 뇌리를 스친 것은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들은 검정고시.

한 달 간 고민에 잠긴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검정고시?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다."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까 제가 해볼래요."

제자가 그냥 하는 말인줄 알고 크게 신경쓰지 않던 그의 담임 선생님은 오기 서린 그의 말에 자퇴를 허락했다.

중학교를 그만두자 그의 친구중에는 앞으로 자주 볼 수 없음에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었다.

검정고시가 무엇인지조차 생소했던 그의 친구들은 학교 행사, 생일파티 등에 그를 초대하며 힘이 돼 줬다.

친구들이 힘을 북돋아 줬지만 그만큼 시간관리, 자기와의 싸움에 힘이 빠져 나갔다.

"학교는 1교시, 2교시 등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되니까 24시간이 제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또 제가 사는 곳인 안덕면 대평리는 워낙 시골이라 주변에 학원도 없어서 동영상 강의로 혼자 공부했어요. 그런데 왜 공부중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재미있어 보였는지 모르겠어요."

공부 틈틈이 포털 사이트의 뉴스, 만화 등을 보며 '놀기도' 했지만, 그는 2008년 4월 고입 검정고시, 같은해 8월 고졸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 15세 소녀가 대학 강의실에 왠 일?

2008년 10월 제주관광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있던 터라 관광멀티미디어과에 입학하게 된다.

"평범하기만 했던 제가 뉴스에 처음 나왔을 때는 들뜨고 신났었죠."

15살. 솜털이 채 가시지도 않은 10대 중반의 소녀가 대학 캠퍼스에 나타나자 언론 매체의 관심이 그에게 쏠렸다. 학과 선배들의 관심도 온통 '15살 '08학번 신입생'이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인 그를 선배들이 잘 해주고 편하게 대해줘서 대학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원하던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된 1학년 때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2학년이 되면서 전공 수업때문에 점점 버거웠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크게 힘들지 않았던' 대학생활을 그는 전체 학생 중 수석으로 오는 10일 졸업식을 끝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졸업과 동시에 그는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편입학 시험결과를 기다리며 두 번째 대학생활을 앞두고 있다. 

합격하게 되면 그는 대학 3학년생이 된다. 제주대 개교 이래 최연소 편입학자가 되는 셈이다.

'최연소 졸업생-입학자'. 남다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는 그처럼 포부도 남다르다.

"기숙사생활을 해야 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크게 염려되지는 않아요. 기대 반, 편안함 반이랄까?(웃음)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재미있으면 대학원도 가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인 꿈을 꾸고 있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다는 하수연 양.

그는 지금의 그를 있게한 여동생에게 고마워했다.

"여동생이 그때 만약 '언니 뛰어 넘을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검정고시도 몰랐을 테고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학할 일도 없었겠죠. 그런데 동생은 축하해주면서도 '그거 내 아이디어인데...'라고 질투해요."

아직 초등학생인 그의 여동생은 졸업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틀에 박힌 학교를 벗어나 남다른 길을 가고 있는 하수연 양과, 그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는 여동생. 두 자매의 앞날이 내심 궁금해진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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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우 2010-02-06 08:05:42
그 나이에 결코 쉽지 않았을 선택들.
참 대단하군요.격려를 보냅니다.

공부는 내적동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수연 양,꿈을 꾸며,그 꿈을 이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