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공직자에게 보내는 편지
공직자에게 보내는 편지
  • 현만식
  • 승인 2010.01.0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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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만식 보건복지여성국장

겨울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엄동설한 속 세밑원단입니다. 송구영신의 계절, 과거를 추억하며 잠기는 상념에 보람과 회한이 교차합니다. 4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앞만 보며 달려온 외길인생에 종지부를 찍고 이선(異線)으로 물러나기 때문일까.

과거 기억들이 신기루처럼 현실에 투영됩니다. 가진 것 없이 전세방을 전전하며 오직 태산을 정복하는 심정으로 청춘을 불사른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안식처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녀 손자까지 얻었습니다. 이제야 세삼 가족과 삶의 의미를 느낄 것 같습니다. 오늘날 나의 존재도 가족들과 동료직원들이 도움이 절대적이었던 것도 말입니다.

이제, 마치 악전고투하며 험준한 준령을 넘어선 것 같이 홀가분하고 평온합니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는지, 반성과 함께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만, 대과(大過)없이 소임을 다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선으로 물러서는 현실 앞에서는 세월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후련함을 넘어 진한 아쉬움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미련의 편린들 때문이겠지요. 아직도 덕의가 부족하고 후회 없이 열성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상념이 혼란스럽습니다.

하기야 후회는 결과에 앞서지 않으니까요. 앞서간 공직선배님들의 심정을 이제야 헤아릴 것 같습니다. 공직이란 누구나 다 어려움과 난관에 봉착했던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요. 성취하지 못한 좌절감과 이루지 못한 실패가 자괴감으로 점철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항시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힘들 때 마다 굳게 먹은 그 마음이 나를 지탱하는 근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긍정적 사고는 희망의 원천입니다.

후배 공직자 여러분들은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면서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소명이 있습니다. 넓은 사고와 더 멀리 바라보는 혜안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도가 가장 세계적이고 자랑스러운 국제자유도시가 건설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난 1년간 보건복지여성국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에겐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헤어져야 하지만 붉은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언젠가 다시 만날 것입니다.

남은 아쉬움과 미련을 과감히 훌훌 털고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眞)진실하고 (善)착하게 살면서 (美)아름다운 미덕으로 만인을 사랑하고 그늘진 곳을 찾아 나서렵니다.

그동안 따뜻한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충정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제 저는 여러분 곁을 떠나렵니다. 감사합니다.<미디어제주>

<현만식  보건복지여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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