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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한 선거제도 논의되어야
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한 선거제도 논의되어야
  • 이석문
  • 승인 2010.01.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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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석문 제주고등학교 교사

2010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출발을 축하라도 하듯 한라산은 눈꽃으로 절경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연말 4대강 추진 예산이나 복수노조 허용 문제와 전임자 임금 금지와 관련된 국회의 모습을 떠올리면 여전히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가 매섭다. 모두가 바라는 희망찬 새해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교육자치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내용이 추진되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출방법에 대한 법안 개정을 합의했다.

주요내용을 보면 교육의원 및 교육감선거 입후보 요건으로 교육 경력을 요구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또 교육감 입후보 자격 중 정당 가입 기간을 후보등록 개시일로부터 과거 2년 동안에서 6개월로 수정했다. 더불어 교육의원은 정당 추천에 의한 비례 명부제로 하도록 개정했다.

교과위는 1월 27~28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최종 확정한 뒤 2월 2일 본회의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법은 사회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합의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 만큼 법 제정이나 개정 과정에서는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공청회 등 다양한 형태로 접근 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안은 연말 국회의 무력 충돌 위기에 묻히기도 했지만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거나 교육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 흔적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

국민들에게 사전동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 과연 통과됐을 때 원활하게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과 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 적지않은 의원들이 이번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상황이다. 법은 그 자체로 완전할 수 없기에 개정을 통해 고쳐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반드시 거쳐야 할 설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의 소통으로 개정안을 결정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개정(안)의 내용이 현재의 교육자치를 바르게 실현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과제는 아니다. 오히려 헌법 제31조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당적보유금지 기간을 6개월로 줄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나 다름없다. 정당관계자로 있다가 선거 시기가 닥치면 교육감 선거를 위해 당적을 잠시 접어두면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교육의원을 정당추천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는 내용 또한 교육을 정당정치의 이해에 휘둘리게 하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교육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가장 적극적인 표현이라 생각된다. 물론, 정치라고 하는 것이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로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의견의 차이를 조정해 나가는 통제의 작용을 모두 포함한다.”는 뜻을 갖고 있어서 교육도 정치적이어도 된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 헌법에서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것인데 만약 개정(안) 대로 처리 하려면 먼저 헌법을 개정(헌법 제31조 ④항 삭제)한 후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전문성은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계 스스로도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현실은 아쉽게도 ‘교육=입시’라는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 전문성은 곧 입시 전문성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공교육 관계자들의 교육 전문성 정도는 상당히 폄하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교육계에도 새바람은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간에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는 시도는 근본까지 흔들리게 한다. 교육 본연에 충실하면서 부분적인 변화를 통해 전체를 변화하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한꺼번에 근본마저 뒤집어 놓는 것을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헤어스타일을 가끔 바꾸거나 안경테를 바꾸는 정도의 변화는 이해할 수 있으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페이스 오프’할 수는 없잖은가. 우리나라에 대통령 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잘 나가는 외국 CEO를 데려다 대통령 하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새바람은 긍정적이나 태풍이 몰려오는 데도 문을 열어놔 집안이 풍비박산 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필요하다.
 
첫째, 현재 교육계 자체 내에 신선한 새바람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교수인 경우 잠시 휴직하고 선거가 끝나면 복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경우 퇴직을 한 후에야 후보로 등록할 수 있고 당선 및 낙선과 관계없이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은 정년을 마친 교장 출신들이 대부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기간에 휴직했다가 다시 교단으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30~40대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충분히 진출 가능하다.

둘째, 지역별로 특정 기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현실에서 후보의 의지와 관계없이 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기호순서는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배정된다. 후보가 많을 경우 1,2번을 제외하면 대부분 군소후보로 전락된다. 선거운동기간도 짧고 도지사나 도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상당히 뒤처지는 교육의원이나 교육감 선거는 묻지마 투표 관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기호를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하는 것이 아닌 후보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개혁적인 인사가 교육계의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데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교육적 목적에 맞게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경제적 입장에서 추진되는 것을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추진한다면 그것은 우리 교육을 더욱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없도록 1월 27~28일에는 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한 방안이 제대로 법에 반영되도록 주인의 자격(국민)으로 일꾼(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우리의 눈과 귀를 국회로 향해 보자.

<이석문 제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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