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올해를 빛낸 '인간승리'의 주역들이 모였다
올해를 빛낸 '인간승리'의 주역들이 모였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12.09 23:1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장애인체육회, '장애인 체육인의 밤' 개최

올 한해 뛰어난 기량과 노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흘려가며 '장애'라는 난관을 딛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 체육회는 올 한해 전국, 세계 대회에 참가해 뛰어난 기량으로 멋진 성적을 일궈낸 장애인 체육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관계자 등을 격려하기 위해 9일 오후 6시 30분 제주시 파라다이스회관에서 '2009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 체육인의 밤'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올해 제29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3개나 교체하며 3관왕을 이룩한 장애인 육상스타 고은실씨를 비롯해 올해 제주를 빛낸 체육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장애를 비관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 체육인들은 모두가 자신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승리자들이지만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지난 9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2009 세계장애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세계대회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복식 금메달, 남자단식 은메달, 혼합복식 동매달 등 3개의 메달을 목에 건 김성훈씨(41).

지난 3년간 하루도 쉬지않고 매일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연습해온 그는 배드민턴을 시작한지 3년만에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렸을 때 앓은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김씨는 지금까지 택시기사와 옷가게, PC방 등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언제나 무기력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배드민턴을 시작하기 전에는 PC방에서 매일같이 밤을 새며 게임을 하는 일명 '폐인'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형으로부터 배드민턴을 권유받고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좁은 코트 안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배드민턴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했고 매일 같은 연습으로 녹초가 되곤 했지만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서 자신을 옥죄고 있던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매일매일이 힘들었지만 격렬하게 움직여야 하는 배드민턴이 체질에 맞았는지 매우 재미있었고 열심히 운동을 하다보니 살도 20kg이나 빠지고 건강해 졌어. 그 결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태극마크가 달려있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받았을 때는 감격 그 자체였지."

국가대표 유니폼을 받았을 때의 감격이 다시 떠오르는 지 말을 잇지 못하던 김씨는 다른 장애인들도 집안에 있거나 무기력하게 있지 말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장애인들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한 후천성 장애인 들인데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들도 일단 밖을 나와 사람들과 부딪히고 하면서 세상밖으로 나와야 한다"며 장애인들이 운동을 통해 사회활동을 할 것을 권유했다.

#. "장애는 문제될 것이 없어요. 자신을 믿어야죠"

김성훈씨와 함께 역경을 딛고 땀과 눈물을 통해 올해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사람도 있었다.

바로 올해 제29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여자 800m(DB), 여자 1500m(DB), 여자단축마라톤 10km(DB) 등 3종목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3관왕을 차지한 고은실씨(39)이다.

올해로 육상을 시작한지 5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고씨는 어렸을 때 앓은 열병으로 인해 한쪽귀가 들리지 않고 다른 한쪽귀에는 난청이 있는 청각장애인이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닌 한쪽이 들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당시 취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을 처음 알게됐다.

"당시 공무원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신체검사를 하던 도중 제가 청각에 장애가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다른사람들도 한쪽귀가 안들리는 줄 알고있었거든요. 그때 느낀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자신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져 당시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도 포기한 그가 육상을 접하게 된 것은 동생이 다니던 마라톤클럽에서 개최한 대회에 얼떨결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부족했던 인원수 때문에 10km 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마라톤을 뛰는 것이 너무 힘들어 뛰다, 걷다를 반복했고 그런 무력한 자신의 모습이 싫어 계속해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그렇게 육상을 시작한 고씨는 이제는 마라톤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있는 상태다.

"연습을 하거나 마라톤을 뛰는 것은 저를 테스트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마라톤을 완주하게 되면 내 자신이 기특하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아요."

마라톤의 가장 큰 적은 고독이라는 말이 있다. 고씨도 가끔은 연습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세계적인 휠체어육상 스타 홍석만 선수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올해 운동선수로 제가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홍석만 선수가 해준 '내 자신과 타협하지 말고 힘든 훈련도 참고 견뎌라'라는 말덕분 인 것 같아요. 힘들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면 견딜 수 있어요."

고은실씨는 이제 이 말을 다른 장애인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는 "장애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느냐,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느냐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들이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라는 어려움을 딛고 자신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값진 결과를 얻은 장애인 체육인들. 이날 장애인체육인의 날에서 그들은 내년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을 약속하며 올해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했다. <미디어제주>

다음은 장애인체육유공 수상자 명단.

▲공로상

△양예홍 제주도 장애인사이클연맹 회장 △이인철 제주도 장애인 육상연맹 회장

▲지도상

△고민수 제주영송학교 교사 △최성두 제주도 장애인 농구협회 코치

▲경기상

△고은실(육상) △오순연(댄스스포츠) △임성철(보치아) △송창용(사이클) △강지훈(볼링) △장기자(골프) △김한종(농구) △김성훈(배드민턴) △김연심(배드민턴) △고덕양(수영) △최제윤(육상) △오수철(축구)

▲제주도 장애인 체육회장 표창

△문규혁 장애인론볼연맹 심판 △문성규 장애인잰스스포츠연맹 이사 △조경호 장애인사이클연맹 이사 △배태환 장애인볼링협회 회장 △최정수 장애인골프협회 전무이사 △김청룡 장애인수영연맹 담당자 △양경순 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팀장 △장준영 장애인바둑협회 이사 △홍유미 제주영송학교 교사 △박승윤 탁구 코치

▲자원봉사상

△김용하 7976자원봉사단 총무

▲제주도 장애인체육회장 감사패

△최낙선 조천체육관 청원경찰 △오재영 제주도 장애인종합복지관 △한영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이정열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남병곤 제주경마공원

▲제주도의회 의장 표창패

△한봉금 창암재활원 △김용국 제주도 농아인체육연맹 회장

▲제주도 교육감 표창패

△이백조 제주영지학교 교사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국 2009-12-11 08:58:59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한 오타가 수정되었습니다.
미디어제주에 가져주신 관심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마일 2009-12-11 08:10:39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오타가 있네요.'옷가계 - 옷가게'가 올바른 맞춤법입니다.. ^^

이성복 2009-12-11 08:02:16
읽다보니 오타가 있네요.'옷가계 - 옷가게'가 올바른 맞춤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