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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가족 나들이, "또 오고 싶어요"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 "또 오고 싶어요"
  • 김규정 인턴기자
  • 승인 2009.09.07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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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지체장애인 고영진씨 가족의 '나들이' 동행

지난 5일 오전 9시 10분.  제주시 종합경기장 앞 광장.

이날은 미디어제주와 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지병오)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부형종)가 주관하는 장애인 동행 현장체험 <차별의 벽을 없애요> 행사가 있는 날이다. 벌써 6회째다.

이날 동행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주년을 맞이해 시행 돼 그 의미를 깊게 했다.

약속된 시간이 한참 남아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약속장소에는 서둘러 나온 장애인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대부분 중년과 고령으로 오늘 무엇을 하게 될지, 혹시나 고생하지는 않을 지, 걱정 반 기대 반의 눈으로 젊은 행사관계자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알음알음 나온 경우도 있었고 가족단위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그 중에 눈가에 귀염이 가득해 유독 눈에 띄는 세 살배기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고형주.

형주의 부모인 고영진 씨(제주시 외도 1동), 그리고 부인 정은심씨는 모두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다. 비장애인들은 이날과 같은 관광지 나들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겠지만 이들 가족에게 그들 스스로의 바깥 나들이는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었다.

그래도 아들 앞에서는 다정한 아빠의 모습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 고영진씨. 이미 지체장애인협회에서도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단체생활에서는 한번 빠지는 일이 없는 그였다.

고영진 씨 가족은 이날 카메라를 갖고 나오지 않아, 동행한 기자가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관광지 체험시 장애인들이 겪어야 하는 소소한 일상을 엿보았다.

#"관광지 장애인 편의시설이 굉장히 잘 돼 있네요" 

첫 번째 체험장은 한림에 위치한 더(The)마(馬)파크.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고영진씨 부부는 말 우리가 있는 한 켠에 서서 아들에게 말을 보여주느라 분주했다.

말을 구경하고 나서 고영진 씨는 “오늘 일정인 제주더마파크도 유리의 성도 모두 다 가보지 않은 곳이어서 기대된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들의 손을 잡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특히 그는 “다른 곳보다 더마파크의 장애인용 화장실이 굉장히 편했다”며 연신 웃으며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일정은 한경면에 위치한 ‘유리의 성’이었다. 이곳은 유리로 된 원색의 아기자기한 전시물들이 많아 이들 가족 외에도 다른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내 정은심 씨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는 결국 얼굴 가득 웃으며 “잘 나와졌다!”고 탄성을 뱉어낸다. “이제까지는 어디 가면 갔던 데만 갔었고 언제가 마지막으로 갔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애들 아빠가 바빠서 가족이 같이 밖에 나갈 기회가 적다”며 수줍게 웃는다. 

#"교통시설 이용 때 좀 불편하죠...그래도 또 오고 싶네요. "

이들 가족은 주말에는 외가댁에 애들 데리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정은심 씨는 “우리가 차가 없어서 어디 나갈 때도 아는 사람이 태워준다고 할 때나 나간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택시가 편해 택시를 탄다”고 말했다. 

이동할 때는 “편할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다”며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장애인으로서 겪는 불편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유리의 성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곳에서는 이들 부부도 가족사진을 남기고 싶어 발길을 멈춰 섰다. 이들 가족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기자도 덩달아 예쁘게 찍고 싶어 별 방법을 다 쓴다.

유리의 성 관람의 코스의 중간쯤 너머 정은심 씨는 “또 오고 싶다”며 행복감을 표시했다. 또한 그녀는 “더마파크도 이곳, 유리의 성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며,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불편하게나마 걸을 수 있는 우리에게는 두 곳 모두 화장실이며 길이며 모두 불편이 없었다”고 만족해 했다.

유리의 성 정원을 다 돌아 출구가 보일 때 아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녀를 보는 기자도 아쉽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그녀에게 “평소에 마음의 행복을 어디에서 찾으시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녀는 또 살며시 웃으며 “그런 거는 생각 안 해 봐서 모르겠네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예쁜 조형물이 보이면 항상 아들 형주를 불러 세워 사진 모델이 된 아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하트 조형물 앞에서는 한사코 남편 고영진 씨를 불러 사진을 같이 찍고야 마는 정은심 씨에게서 그녀의 행복은 바로 가족이란 건 굳이 말이 아니어도 알 수 있었다.

대부분들의 사람들이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가거나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장애인들도 당연히 그렇다는 것을 이들은 그들의 모습 자체로 보여줬다. 관광지와 교통시설의 장애인 편의 시설에 조그만 배려가 더해질 때 이들의 행복감 또한 배가 된다는 것을 이들의 말과 행동은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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