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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첫 바다낚시, "마음껏 웃었다"
살아생전 첫 바다낚시, "마음껏 웃었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7.26 15: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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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증장애인 바다 낚시대회의 '특별함'

제주에서 살면서 바다 한번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면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TV 등에서는 숱하게 봐왔던 바다낚시 한번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답답함'을 비장애인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26일 오전 11시 제주시 한경면 용수포구 앞.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 조심조심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모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파도가 밀려올듯 말듯한 갯바위까지 조금씩 다가섰다.

몇몇은 갯바위에서 태어나 처음 잡아보는 낚시대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큰 설레임을 갖고 처음 대하는 바다낚시.

이 뿐만이 아니다. 30여명은 갯바위 낚시가 아닌 '배낚시'를 체험했다. 배 3척에 올라탄 이들은 그동안 마음 속으로만 상상했던 바다 한 가운데서 '배낚시'를 하며 처음으로 물고기를 잡았다.

이날 참가자는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총 150여명. 용수포구 한켠에 그늘막을 하고, 오늘 하루 '날 잡은' 이들은 오후 5시까지 행사가 이어지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날 열린 '2009 제주 중증장애인 바다 낚시대회'는 제주장애인인권포럼(대표 고현수)과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그리고 제주시 노형동 광평청년회(회장 현상진)가 함께 준비해 마련됐다.

전체적인 행사는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이, 그리고 소요되는 행사경비의 상당부분과 돼지 바베큐 등의 풍성한 점심식사는 광평청년회가 준비했다.

#"오늘 정말 대단한 경험 했어요"

1시간 여동안 바다낚시를 즐긴 중증장애인들은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체험한 것에 대해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직접 잡은 물고기를 보여주며 뿌듯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성복씨(미디어제주 객원필진)도 그 중 한명이다.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하다.

사실 그에게 바다낚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번째라고 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두번정도 낚시를 해본 적이 있는데, 오늘은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했다.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해보니 정말 좋았어요. 아쉽게도 우럭 한마리 밖에 낚지 못했지만..."

이씨 외에 나머지 대부분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낚시는 커녕 바다에 한번 제대로 와볼 수 없었는데, 뜻깊은 체험을 하게 됐다며 저마다 들떠 있었다.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제주에서 울퉁불퉁 갯바위 돌들이 있어 사실 혼자서 바다구경을 하는 자체가 어렵잖아요. 오늘 정말 대단한 경험 했어요."

자원봉사자와 정겹게 얘기를 나누던 한 중증장애인은 바다낚시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한번 해볼까 말까한 경험을 오늘 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12시쯤부터 시작된 점심식사 시간. 즉석에서 막 구운 돼지 바베큐를 주메뉴로 해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시끌벅적 이야기 꽃은 끊이지 않았다.

김경복 학생(제주대 사회학과)과 이정미 학생(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등 제주장애인야간학교의 교사로 활동하는 선생님들도 이날 중증장애인들과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교감으로 있는 오옥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노형 광평청년회, 점심식사 대접에 장학금까지 선뜻

행사 한켠에는 이날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 도움을 준 광평청년회 회원 15명 정도가 자리를 함께 했다. 청년회원들은 이날 150명분에 이르는 점심식사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했다.

또 제주장애인야간학교 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선뜻 건네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광평청년회가 제주장애인야간학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부터다. 현상진 회장은 "청년회 차원에서 어떤 봉사활동을 할까 고민하며 신문을 보는데 장애인야간학교가 있다는 것을 듣고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야간학교와 인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오늘 이렇게 뜻깊은 행사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의미있게 생각해요."

현 회장은 "앞으로도 광평청년회와 장애인야간학교와의 인연은 계속될 것"이라며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회원들의 마음을 모아 중증장애인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평범하겠지만, 이들에겐 정말 소중한 체험이에요"

점심시간이 끝난 후 이어진 레크레이션 시간에는 중증장애인들이 신나는 댄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중증장애인들의 성화에 못이겨 숨겨둔 춤솜씨를 보이기도 한 고현수 대표는 행사를 마무리하며 이날 개최한 행사의 의미를 정리했다.

"비장애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바다에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 않나요? 그렇지만 중증장애니, 그 중에서도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있어 갯바위에 나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거에요."

"바다낚시가 매우 평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체험한 것은 정말 소중한 거에요. 오늘 우리들은 낚은 것은 '사랑과 용기'가 아닐까요?" 라는 그의 말처럼, 이날 중증장애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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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2009-07-26 20:14:07
모두들 밝게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꼭 참여하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