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이거 새로 뽑은 도로 맞아? "헛 돈 들였네"
이거 새로 뽑은 도로 맞아? "헛 돈 들였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7.08 09: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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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제주시 아라중 인근 도로의 '기형적 구조', 왜 이렇게?
공공기관간 '보상'싸움에 도로는 기형화...애꿎은 시민만 피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 단장한 도로의 한켠에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어 도로가 기형적으로 변했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최근 도로 확.포장공사가 완료된 한 현장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보상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한 야적장 건물을 그대로 남겨둔채 공사를 마무리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욱이 새로 단장된 도로 위에 남겨진 이 야적장 건물로 인해 도로는 기형적으로 변해버렸고, 이로인해 교통사고 위험은 물론 보행자들이 이곳을 지나는데 오히려 종전보다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취재진이 찾은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아라중학교 인근의 한 도로.

왕복 4차선인 이 도로는 포장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노면상태가 매우 깨끗하고 넓어 차량이 운행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지만 도로 위에 건물 하나가 튀어나와 있어 그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도로의 한쪽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이 건물은 한국전력공사 제주특별지사의 자재야적장 관리사무소로 이 건물에 의해 4차선 너비의 도로 중 건물이 2차선 너비를 차지하고 있어 도로가 왕복 2차선으로 줄어있었다.

이해하기 힘든 이 건물의 도로점유 때문에 '인도'는 가로막혀 있었다.

인도가 없는 대신 도로 한켠에 식별봉을 이용해 인도 표시를 해놓긴 했으나 사람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으로 설치돼 있다.

이 곳을 지나가는 주민들 마다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 지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가끔 이 곳을 지나간다는 김모 씨(55)는 "잘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지나가다 사고가 날까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편도 아니고 사람도 그렇게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인도가 없어 위험하게 느껴진다"며 "가뜩이나 그 부분만 도로가 좁아져서 위험한데 인도까지 없으니 상당히 불안하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로 이 곳에서 취재를 하던 취재진 역시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차량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전야적장 관리사무소의 도로점령에 의한 피해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

제주시에서 택시를 운영하는 박모 씨(43)는 "얼마 전 야간에 손님을 태우고 이 곳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도로가 좁아진 것 때문에 깜짝 놀랐다"며 "야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옆을 지나가는 사람 혹은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사고가 날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도로공사를 할것이라면 제대로 해야지 건물을 남겨놓고 이렇게 만들면 어떻게 하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시당국은 '보상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공사를 위해 한전 측과 야적장 이전문제를 이야기 하긴 했으나 한전측의 사정과 토지매입문제 등이 맞물려 버리면서 야적장 이전이 늦어져 어쩔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행자 문제와 관련해 야간에 불빛을 받으면 반사되는 식별봉을 설치하기는 했으나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라며 "한전 건물의 이전 후 도로시공까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전을 위한 시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야작장 건물의 소유주인  한국전력공사 제주특별지사도 '보상'이 완료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한다.

한전 제주지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도로공사로 인해 한전측도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도로공사로 야적장과 관리사무소가 분리돼 관리 등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차량을 이용한 야적장 출입도 불편해 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자재야적장 이전문제와 관련해 준비를 시작했지만 토지매입문제 및 도로공사에 따른 보상문제에 의해 시간이 늦어졌다"며 "지난달 야적장 부지를 확보해 지반정비작업을 실시했으며, 현재 기초공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 제주지사의 자재야적장 이전이 완료되는 것은 내년 상반기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앞으로도 초행운전자들의 '아찔' 운전과 보행자들의 불편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진모씨(51)는 "도로공사를 발주한 제주시 당국이 사전에 보상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나 공사발주기관과 더불어, 명색이 공공기관이 한전측이 보상을 운운하며 사고위험을 유발하고 보행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이 뻔한 야적장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결국 도로공사가 끝난지 많은 시간이 지났으나, 보상문제로 줄다리기를 하는 공사발주기관과 한전간의 갈등으로 운전자들과 이 지역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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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당 2009-07-09 05:58:08
"제주시는 8일 강 시장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시민불편사항 해소사업과 관련, 시민과의 약속 79%가 해결됐거나 추진 중이라며 시민불편사항 추진실적 자료를 발표했다."
그냥 실적부풀리기에만 열올리지말고 이런 1%라도 시민이불편하다면해결해야하는거아닌가
이런건 뭐하러발표하는지 이런자료뽑을시간있으면 업무에신경써줬으면하네요

지나가당 2009-07-09 05:58:08
"제주시는 8일 강 시장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시민불편사항 해소사업과 관련, 시민과의 약속 79%가 해결됐거나 추진 중이라며 시민불편사항 추진실적 자료를 발표했다."
그냥 실적부풀리기에만 열올리지말고 이런 1%라도 시민이불편하다면해결해야하는거아닌가
이런건 뭐하러발표하는지 이런자료뽑을시간있으면 업무에신경써줬으면하네요

도민 2009-07-08 22:22:36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오늘 너무 덥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