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9 10:23 (월)
"고정희 할머니 선생님은 킹왕짱예요"
"고정희 할머니 선생님은 킹왕짱예요"
  • 좌보람 기자
  • 승인 2009.05.15 08:07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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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32년 교직생활 후 유치원 선생님에 도전

"우리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누가누가 있을까요?"

"아빠.엄마요. 또...할아버지, 할머니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제주한라대학교 부설유치원 '알찬반'.  젊은 교사들 사이에 유난히 나이 지긋한 '할머니 선생님'이 눈에 띤다.

# 32년 교직생활 명예퇴직 후, 다시 '할머니 선생님'에 도전

알찬반 보조 선생님으로 있는 고정희 씨는 '3세대 하모니' 자원봉사자로 올해 나이 65세의 일명 '할머니 선생님'이다.

오늘 할머니 선생님의 수업은 동화책 읽어주기. '언제나 너를 사랑해'란 제목의 책을 한줄 한줄 읽어가는 할머니 선생님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점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정다운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친근할 수 밖에 없다.

"선생님 좋아요. 안 오면 싫어요" 아직은 의사표현이 서툴지만 알찬반 지민이는 '할머니 선생님' 품에 안긴다.

3세대 하모니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육아경험이 풍부한 중고령 여성들이 육아 지원인력으로 이 사업에 선정된 자원봉사자들은 제주도내 유치원에서 식습관 지도, 동화책 읽어주기, 대소변 돕기, 휴식 및 낮잠 지도, 급식.간식 준비 및 배식 등 육아경험을 활용한 교육활동 보조를 한다.

고정희 선생님은 이곳 유치원 교사들에게도 최고의 '3세대 하모니' 선생님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32년의 교사생활 노하우가 밝휘돼 이 곳 선생님, 또 학부모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아이들 역시 조부모의 정을 고정희 선생님을 통해 느껴  더욱 따른다고 한다.

# "우리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만 있다면..."

32년을 교단에서 아이들을 위해 살았다. 명예퇴직 후 10년, 교직의 끈을 놓지 못해 다시 유치원 보조 선생님으로 도전하게 됐다.

고정희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은 국력이예요.  민주주의의 한 사람으로, 인격을 가진 한 성인으로 자라는데 어린시절 정서 교육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다시 유치원에서 선생님을 하게 된 이유도 이때문이죠. 조금이나마 제가 아이들이 올바른 인격으로 자라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곳 유치원에서도 처음에는 고집도 세고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정서적으로 순화가 돼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뿌듯하죠." 그가 다시 아이들을 위한 일을 찾은 이유가 이 전부다.

오늘 10여년만에 다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고정희 선생님.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진 카네이션을 다는 순간 마음이 짠하다.

32년동안 교직생활을 하면 그는 엄격한 선생님이었다. 올바른 가르침을 위해 때로는 엄하게 야단을 치기도 하고, 벌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그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채찍질을 했다. 

어느날은 마음이 너무 아파 후회도 하고, '더 따뜻하게 대해 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그의 32년이라는 교직생활이 흘러갔다.

# '오늘 진짜 우리의 선생님을 만나다'

때로는 엄한 '호랑이 선생님'으로 때로는 한 없이 자상한 '어머니 선생님'으로 우리들 추억 속에 살아계신 선생님. 누구에게나 그런 스승 한 분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고정희 선생님이 바로 그런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 '참된 사람으로, 바른 사람으로' 그는 우리 아이들을 인도하고, 항상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며 32년동안 교직에 몸을 담았다. 그의 남다른 제자사랑과 교육애가 없었다면 65세의 나이, 다시 '선생님'으로의 도전도 없었을 것이다. 

여력이 다할 때까지 이곳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곧은 인성으로 자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면서,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고정희 선생님.

"인생에 사계절이 있다면, 저는 지금 65세의 나이로 '가을' 쯤일 거예요. 이곳 유치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저에게는 다시 봄이 찾아왔어요. 새싹같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해지죠." 다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행복하다는 고정희 선생님.

예전만큼 끈끈한 사제지간의 정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오늘 만나본 그의 이야기가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스승을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네' 이 가사 또한 가슴에 더욱 와 닿길 바라며...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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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1 2009-05-19 10:18:26
인구고령화시대에 장년층의 사회활동참여는 참 좋은것같습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시는 모습이 멋있어보이네요.
좋은기사 읽고갑니다.

행인1 2009-05-19 10:14:28
인구고령화사회에 장년층의 사회활동참여가 아주 좋아보입니다.
좋은기사일고갑니다.

관리자 2009-05-19 08:53:02
닉네임 <허범정> 님의 댓글은 인신공격성 표현이 담겨 있어 편집자 직권으로 삭제합니다.

alive 2009-05-18 20:10:08
아래 댓글 읽어보니...굳이 징그러워요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할머니의 인격을 사이버상에서 훼손해야 할지 좀 씁쓸하네요...어쨌든 교직 생활 그만두고 유치원 교사의 길로 도전하시는 할머니의 모습 넘 아름답습니다!! 항상 화이링 하세요!!

관리자 2009-05-18 10:53:15
아래 허범정 아디디님의 글 잘읽었습니다 '할머니 선생님' 개인을 자랑하기 위한 측면에서 접근한게 아니라 자원봉사로 일하는 할머니의 아이들 사랑 측면에서 귀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 취재했던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