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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의 거침없는 '패러독스', "난 최선 다했소!"
김 지사의 거침없는 '패러독스', "난 최선 다했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5.04 11:0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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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해군기지 MOU 논란에 대한 김 지사의 '역설적' 답변

5박6일간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김태환 제주지사가 4일 제주해군기지 MOU체결 문제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자, 역설적 기법의 '패러독스(paradox)'식 답변으로 일관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해외시찰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해외시찰 성과에 대해 강조하고 싶어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지난달 27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정부와 체결한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에 따른 기본협약(MOU)에 따른 '후폭풍'에 있었다.

기자들은 최근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공군 탐색구조부대의 설치를 기정사실화 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점 △김태환 제주지사가 이 중대한 MOU를 체결한 직후 곧바로 동아시아 지역 투자유치 해외시찰에 나선 점 △알뜨르비행장에 관한 사항이 '무상양여'가 아니라 '사용하는' 수준에서 정리된 점 △제주도의회가 김 지사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과 MOU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 등에 대해 하나하나 물었다.

이에대한 김 지사의 답변은 그야말로 '역설' 혹은 '패러독스' 그 자체였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모두 반어법으로 되받았다.

#패러독스1> "MOU 부실?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다했다"

먼저, 해군기지 MOU가 체결되는 중차대한 시점에 김 지사가 서둘러 해외시찰에 나선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김 지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해군기지 MOU 내용이 담긴 서면을 꺼내 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투자유치 문제로 불가피하게 출장을 갔는데, 행정부지사가 도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리고 이 MOU의 내용을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보면 충분히 이해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번 MOU 내용에 있어 문제성이 있는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담느라고, 저도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면서 "이런 얘기를 안하려고 했는데, 저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직업공무원 출신 아니냐? 왜 제가 제주에 불이익 되는 걸 하겠느냐. MOU 내용 단어 하나하나 살펴봐라"는 말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그리고 서둘러 MOU를 체결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약속이 변질될까봐 조금 서두른 것"이라고 말했다.

#패러독스2> "알뜨르비행장 문구 후퇴? 더 이상 무슨 말 필요한가?"

두번째 알뜨르 비행장의 사용문제와 관련해, 당초 '무상양여'라는 말에서 이번 '사용'이라는 말은 상당부분 후퇴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MOU에 보면 알뜨르비행장 관계자는 제주도와 협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는데, 그 정도면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식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패러독스3> "공군부대 기정사실화? 전투기 계획 없다는게 핵심!"

세번째, 이번 MOU에서 공군 탐색구조부대 설치에 대해 기정사실화하고, 대신 공군 전투기 배치계획은 없다고 밝힌 부분에서 기자들은 "왜 MOU에서 공군 부대 설치를 기정사실화 했느냐"고 그 진의를 물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지금 국방부 중기계획에 공군 남부탐색부대 표현이 있는 것 아니냐? 이것이 당시 핫이슈가 됐었다. 당시 공군 전투부대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고 많은 우려가 됐었다. 그 부분을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다."라며 '항변'했다.

김 지사는 "(MOU에서는) 국방부가 전투기 배치계획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주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동안 도미들이 우려하고 염려했던 사항을 명확히 확인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은 '공군부대의 기정사실화'의 문제를 질문했는데, 김 지사는 "전투기 배치계획이 없음을 약속받아냈다"는데 강조점을 두고 있는 듯 했다.

김 지사는 이 부분에 있어 "2006년 도의회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그런 건(공군 탐색구조부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역설적 기법의 답변을 사용한 김 지사의 '패러독스'는 도의회의 강력한 반발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극에 달했다.

#패러독스4> "도의회 'MOU 불인정'?,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냐? 힘 나네~"

제주도의회가 사전 충분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MOU를 체결한 것에 대해 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이번 MOU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밝혔다고 기자들이 묻자 김 지사는 웃음을 띄며 "오죽하면 그런 표현을 썼겠나"라면서 "도의회의 그런 입장은 제주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사과를 할 용의가 있고 없고, 또 'MOU 불인정'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언론도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다 그런 표현의 자유는 있는 것 아니냐"면서 도의회가 그런 2가지 요구를 한 것은 어디까지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용강로에 있는 쇠는 때리면 때릴 수록 강해진다. 팽이는 때리지 않으면 죽어버린다"면서 "도의회의 어떤 지적도 달게 받겠다. 도의회 협조없이 도정이 나갈 수 있겠느냐. 한치도 못나간다. 이번에 입장표명 한 것은 달게 받겠다. 어쩌면 집행부에 정부와 협의하는데 힘을 실어줬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실 내 소파로 이동한 김 지사는 재차 이 도의회 요구사항과 관련해, "(도의회가 반발을 하는 입장을 낸 것은) 도의회가 제주도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4가지 중요 질문에 대해 모두 '패러독스'로 일관한 김 지사. 이날 김 지사의 답변을 전해들은 제주도의회는 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앞으로 이와관련한 논란의 향방이 주목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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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0일 2009-05-06 18:06:01
실정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6월까지 지지세력 결집에 들어가지 않을까?
오히려 주민소환이 내년에 자연스럽게 물러날? 지사에게 탈출구를 열어준 것은 아닐까?
이런 의구심은 주민소환 이후 절차를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을 것 같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6월 30일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같다.

김태환 2009-05-04 17:11:26
글 잘 읽었습니다.
윤대표님 화이팅...

패러독스 2009-05-04 12:39:14
정말 가증스럽다. 김지사의 답변. 기사 재미있께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