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하룻새 일자리 700개가 '펑펑~', "제발 믿어줘요?"
하룻새 일자리 700개가 '펑펑~', "제발 믿어줘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3.25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일자리 창출 실적 '이상한 통계'

"타 지역과 달리 농산물 가격안정, 관광객 증가, 공공부문 건설확대 등으로 제주경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전년 동기대비 실업률 1.8%(전국 3.9%)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올해 신규 일자리 창출은 3월24일 현재 5000개 목표에 50.4%인 2519개를 달성했다."

"실업자는 5300명으로 전년대비 5.4% 감소했다. 그러나 실업급여 신청자 13.9%인 597명이 증가했다."

25일 오전 8시30분 제주특별자치도 비상경제대책상황실에서 열린 비상경제 월례보고회에서 나온 보고 내용들이다. 제주경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실업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고, 일자리 창출은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해 5000개 목표에 벌써 절반을 조금 넘는 2519개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보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먼저 정확히 이 2519개 일자리 창출실적에 대한 신뢰성은 둘째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출된 통계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어느 기업에 몇명, 이 중 채용형태는 어떻다는, 이런식으로 2519개를 모두 나열했더라면 많은 신뢰감이 갔을 것이다.

불과 하루전인 2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일자로 1807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보고했다가 '엉터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일자리 창출 보고가 진실이라면 4일만에 무려 7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이틀전인 22일에서도 도의회 임시회에서는 '일자리 창출'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됐다. "1년에 5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는데, 왜 실업률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느냐", "실업률은 가장 낮다고 하는데, 그럼 고용이 안정된 것인데, 왜 일자리 창출에 나서느냐", "양배추 밭에 청년인력 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말이 되느냐" 등 여러가지 말이 무수히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과 4일만에 7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발표하는 제주도당국의 일자리 창출실적은 정말 미덥지 못함 그 자체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여러가지 지표만 놓고 보더라도 고용상황은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전년과 비교해 13.9%인 597명이 늘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불과 4일만에 700개 일자리가 늘었다?...3개월도 안돼 일자리 창출실적 50.4%

총괄부서에서 발표한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어달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각 부서별 일자리 창출실적 보고내용을 보면 어딘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쨌든 이날 보고된 일자리창출 실적을 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신규 일자리 5000개를 창출하고, 이것과는 별도로 일시적 고용지원 등에 8625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전자와 후자는 분명 다른 것이다. 전자는 일시적 고용이 아니라 안정적 직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고용형태를 뜻하는 것이고, 후자는 일시적 사역인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3월24일 현재 제주도는 이러한 목표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의 경우 50.4%인 2519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일시적 고용인력은 8625명의 77.1%인 6648개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신규 일자리 창출의 경우 2519개가 아니라 단 1000명만이라도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형태로 정확히 채용이 됐다면 좁은 제주지역에서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5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고 곧이어 올해들어서는 3개월도 되지 않아 2519개를 달성했다는 것은 실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러한 높은 실적에도 고용시장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일까? 제주도당국의 통계대로 이 정도 일자리를 창출했으면 뭔가 달라도 달라진 분위기가 보여져야 하는데, 실제 체감정도와 통계지표는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부서별, 행정시별 실적 합하면 전체 실적 상회하는 '이상한 통계'

부서별 일자리 창출 실적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신규 5000명 일자리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고용인력에 해당하는 것인지 조차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채 '토털통계' 방식으로 실적보고에 급급하다.

먼저 보건복지여성국은 이날 8개 분야 7568명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인데, 현재 69.9%인 5296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보고했다. '5296명'이 사회적 일자리인지, 신규 일자리인지도 알송달송하다. 그냥 '일자리 창출'이라고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제주도가 일시적 고용인력 6648개의 80% 안팎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실적이다.

문화관광교통국은 올해 1000명 일자리창출 목표인데, 현재 56.6인 566명의 일자리를 창출시켰다고 보고했다. 이것 역시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에 몇명이 채용됐는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

행정시의 일자리 창출실적 보고도 마찬가지다. 제주시는 사회복지, 문화관광, 공공근로 일반행정, 환경 분야 등에 4836명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추진한 결과 현재 64%인 3097명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서귀포시도 1884명 목표에 95.1%인 1792명의 실적을 냈다고 보고했다.

반면 투자유치반과 친환경농축산국은 실적이 낮게 보고됐으나, 오히려 구체성 면에서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투자유치반은 올해 1317명 목표인데 3월 현재 10%를 조금 넘는 134명의 실적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친환경농축산국은 한라CFN 감협APC 등 166명이 신규채용됐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부서별 보고와 행정시별 보고에서 제시된 일자리 창출실적은 제주도당국이 밝힌 전체적인 일자리 창출실적을 훨씬 초과한다. 이것이 제주도당국의 일자리 창출실적에 불신을 갖게 하는 이유다. 물론 제주도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회의에서 "제주시에서 보고한 추자지역에 대한 지역생산 농축산물 구매확대를 위한 협약과 저소득층 일자리 2000개 만들기 등은 수범사례로, 손에 잡히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손에 잡히는 내용'이라는 말이 유난히 강조됐다.

#5000개가 아니더라도 단 1000개라도 제대로...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의회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정확한 통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부서별 '충성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서는 이 일자리 창출사업은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취업자수 통계방법의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도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효과에 그친다면, 이 또한 소중한 세금의 낭비이다. 단 한푼을 쓰더라도 고용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분야에 사업은 집중돼야 한다. '급하게'만 강조하다 보면 탈이 나는 법이다. 단 석달만에 끝을 볼 일이 아니라면, 올해 이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5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아니라, 단 1000개라도 제대로 해냈으면 하는 것이 어쩌면 구직희망자들의 바람일런지 모른다. <윤철수 대표기자>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